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업무를 중단한 지난 20일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이 청주시 서원구 충북대학교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찾아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중부매일DB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업무를 중단한 지난 20일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이 청주시 서원구 충북대학교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찾아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중부매일DB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에 반발, 전국 주요 대형병원 전공의를 중심으로 집단 사표가 이어지면서 의료공백 사태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전공의 비중이 소속의사의 40%선에 달할 경우 이들이 현장을 이탈하면 모든 병원은 정상 가동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수술과 진료 참여는 물론 야간과 응급 상황까지 담당하는 의료 현장의 필수 핵심 인력이기 때문이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전문의와 대체 인력 중심으로 병원이 비상가동되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비상진료 시스템으로 대형 병원이 버틸 수 있는 기간은 길어야 3주 정도라는 우려까지 나올 정도다. 

실제 일부 병원에서는 수술 취소는 물론, 조기 퇴원, 예약 중단, 경증·비응급 환자 전원 사례까지 속출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심전도 검사, 동맥혈액가스 검사, 혈액배양 검사, 정맥주사 같은 전공의 업무를 간호사나 임상병리사에게 지시하거나, 일반간호사를 아무 교육도 없이 갑자기 진료보조(PA)간호사로 배치해 의사 업무를 보게 한 사례까지 발생했다. 연장근무와 주말·휴일근무 지침이 내려진 97개 공공병원에선 장시간 노동과 업무 과부하가 의료사고로 이어질 수 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전가될 수 밖에 없다.

사태 장기화를 막기 위해 정부와 전공의 모두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강대강 대치국면이 이어지면서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의료대란에도 정치권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전공의 집단행동이 예고됐던 지난 19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가 어떤 취지에서 의대 증원 정책을 준비하는지에 대해 충분히 설명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서로 대화해 국민을 위한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환자 생명을 볼모로 한 의료계 집단행동은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도 "의대 정원을 늘리는 일은 덧셈이나 산수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비판적 입장을 견지했다.

이유를 막론하고 이번 사태를 키우기까지 정치권도 책임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여야가 한목소리로 '국민건강이 우선'이라면서도 중재하지 못한 현실에 대해 "총선 공천에 정신이 팔려 민생을 외면한 집단"이란 거친 지적이 나올 정도다.

'공공의대법'과 '지역의사제법' 등 시급히 처리해야 할 법안들이 아직까지도 국회문턱을 넘지 못한 원인과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누구보다 먼저 국민의 아픔을 살펴야 할 정치가 '총선용 셈법'에 빠져 중재 노력과 출구찾기 등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더는 국민을 운운하며 자신들을 향한 지지를 호소할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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