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음영운 전 단재교육연수원 총무부장

전원생활과 주말농장을 위해 도시와 시골을 오가는 듀얼라이프를 즐기며 평일은 도시에서 머물고 주말엔 시골로 떠나는 5도 2촌(5都 2村)을 넘어 4도 3촌을 꿈꾸며 몇 년 전 나는 농장(장난감)을 구입하여 전원생활을 꿈꾸며 소소한 시간을 보낸다.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직접 파종과 모종을 하고, 파종한 작은 씨앗이 발아하여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어설프지만 열매라는 결실을 수확할 때 그 신비하고 경이로움은 내 인생에 새로운 경험을 하였다. 아내와 처음 짓는 농사는 퇴직한 선배, 마을 어르신이 알려 주기도 하고, 유-튜브를 보며 풍년을 상상하고 농사를 짓지만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오는 웃픈 현실을 맞이한다. 아내와 좌충우돌 하면서 얻은 결실들이 그래도 친환경 이라고 지인들에게 나눠주는 재미가 솔솔하다.

모든 직장인이 그렇듯 나 역시 주말과 연휴만 기다렸는데 지금은 매일이 주말이고 하고 싶은 게 많다. 늦잠도 자고, 머리와 수염도 기르며 여행도 가고 싶다. 아내보다 먼저 퇴직한 나는 아침 겸 점심을 먹고 바람의 파이터 최배달(최영의)의 도장 깨기처럼 몇 년을 서재에서 먼지가 쌓여 누군가의 부름을 간절히 기다렸던 책 한권을 간택하여 하루에 몇 시간 또는 몇 분씩이라도 책 깨기에 도전한다. 지엄하신 아내의 엄명을 깔끔하고 신속하게 처리하고 칭찬을 받기도하고 때론, 잘못하여 지적을 받기도 한다. 목 빠지게 애증의 마음으로 나를 기다려주는 닭들을 위해 농장으로 출근하여 모이를 주면 닭들이 허겁지겁 먹는 순간에 채 식지도 않은 계란을 챙기고, 7080 추억의 음률 주파수에 흥얼거리며 화목 난로에 불 멍과 함께 따뜻한 차 한 잔 그리고 아내가 좋아하는 군고구마도 굽는다. 아내는 내가 노는게 부러웠던 건지, 혼자 있는게 안쓰러웠던 건지, 무언가 마음 상한일이 있었던 건지 용기 없는 나와는 다르게 어느날 갑자기 쿨 하게 명예퇴직을 냈다. 아내의 쿨 한 결정에 나는 직장생활에 대한 우리 스스로의 위로와 보상 그리고 그간 넉넉히 함께하지 못한 둘만의 시간을 위해 동유럽으로 역사탐방과 문화체험을 가기로 했다.

음영운 전 단재교육연수원 총무부장
음영운 전 단재교육연수원 총무부장

늦잠을 자고 이불속에서 머리만 내 놓고 시체놀이와 함께 핸드폰과 텔레비전을 보며 내 앞가림도 못하면서 나랏일을 걱정하기도 한다. 미루었던 일, 도전하고 싶었던 일, 할 일이 기다리고 있고 바쁜 일이 있어도 여유를 가지고 하나하나 처리하지만, 이상하게 자동차 운행거리가 더 많아 졌다. 실직하고 땡전 한 푼 벌지 못하면서 집에 틀어박혀 있지 않고 허우대 하나로 밖에서 똥 폼만 잡는 사람을 '백수'라 한다. 직장을 은퇴하고 집 밖에는 얼씬도 안 하고 줄 창 집안에서만 마누라한테 수시로 쥐어 받으며 쪼잔스럽게 삼시 세끼 밥만 찾아 먹는 사람을 '삼식이'라 한다. 삼식이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 하지만 살라고 먹는지, 먹자고 사는지,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의 인과관계의 딜레마에 있는 세기적 논쟁의 고민을 하다 보니 먼저 현직을 떠난 선배님들의 "백수가 과로사 한다."는 말이 새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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