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성현 경제부

"청년들이 올바른 역사인식을 갖고 그 근간 위에서 우리 시대가 해결해야 할 역사의식을 이끌어가는 것이 소명이다."

학부생 시절 역사학 수업에서 담당 교수님이 학생들에게 하신 말씀이다.

그에 따르면 역사인식은 역사를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느냐를 뜻하고, 역사의식은 시대가 당면해 있는 문제들을 어떤 방향성을 갖고 해결해 나갈 지를 정하는 것이다.

뜻깊은 가르침을 주셨던 교수님은 지난달 16일 홀연히 영면에 드셨다.

갑작스런 비보 소식을 접하자 황망함을 감출 수 없었다.

타계하기 불과 3주 전 교수님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만나 담소를 나눴기 때문이다.

당시 수척스럽지만 환한 미소를 띄며 인사를 받아주신 교수님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 후 찾아뵈겠다는 약속을 기자는 끝내 지키지 못 했다.

충북대학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에는 많은 선후배들이 그의 넋을 기리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고, 타 교수들도 슬픔을 함께하고 있었다.

교수님의 수업을 들었던 제자들은 '고인의 가르침과 열정은 영원히 기억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제자 중 한 명은 "1년 중 360일 이상을 교수실에는 사시다시피 연구에 몰두하셨다"며 "강한 이에게는 금강석처럼 강하셨지만, 약한 이에게는 물복숭아처럼 더할 나위 없이 부드러웠던 선생님"이라고 묘사했다.

또다른 각계인사들도 '한국독립운동사 및 충북독립운동사에 큰 별이 지셨다'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단재신채호선생기념사업회 관계자는 "생전 선생은 예관 신규식 선생 순국 100주기 기념사업 추진위원장을 맡는 등 독립운동사 연구 열정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며 "근현대사를 연구할 후학자들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 맞닥뜨린 비보가 참으로 가슴아프다"고 울분을 표했다.

그러면서 "항일독립운동사 연구에서 선생께서 보여준 열정과 엄정함은 후배들의 많은 귀감이 됐다"고 덧붙였다.

앞서 교수님은 지난해 충북독립운동사를 집대성하는 작업의 시작으로 집필위원장을 담당해 의병항쟁편을 발간했다.

그간 충북에서는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지속적인 선양사업과 독립운동가 및 독립운동유적 발굴에 힘써왔음에도 불구하고 충북의 독립운동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가 부족한 상태였다.

교수님을 비롯한 4명의 독립운동 전문 연구자는 독립운동사 집필에 참여해 의병항쟁을 전기, 중기, 후기 세 단계로 나눠 각 시기별 의병항쟁에 대해 설명했다.

이를 통해 충북 의병항쟁의 역사적 의의를 정리하고, 의병에 참여한 공적으로 포상된 충북 독립유공자 161명의 명단과 특징을 수록했다.

지난해 광복절을 앞둔 학술토론회에서 교수님은 "전국을 주도했던 충북 의병항쟁 등 충북의 독립운동사를 정리할 수 있어 다행이다"며 "충북 독립투쟁 역사를 통해 지역민들이 동질감과 애향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현 경제부

하지만 1년이 채 되지 않은 기간 막중한 짐을 내려놓고 떠난 박걸순 충북대학교 사학과 교수님 비보가 너무나 안타깝고 통탄스럽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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