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기연 청주YWCA운동국 팀장

최근 나는 일에 치여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한 시간들이 많았다. 어느날 아이와 키를 재보니 아이는 어느새 나보다 더 커 있었다. 아이가 자라는데 이렇게 모르다니 '일을 당장 그만둬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온종일돌봄학교확대'라는 뉴스를 보았다. 정말 기쁜소식이다.

4년전 코로나 초창기, 가장 많이 힘들었던 것은 맞벌이 가정이였다.

출근은 해야하고 아이를 돌봄교실에 보내야 하는 상황에서 학교 문이 열릴 때까지

서 있는 아이의 모습들을 지켜봐야 하는 직장맘은 마음이 무너졌다.

다행히도 나는 시댁,친정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러한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직장을 그만두기도 했다. 우리사회는 코로나라는 위기에서 돌봄의 사각지대를 여실히 느꼈을 것이다. 시간이 흘러 유연근무제 등 다양한 제도가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우리의 양육환경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온종일돌봄학교확대는 반가운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일터에서 아이보다는 일이 먼저인 경우가 많다.아이가 아프다는 연락이 오면 직장내 눈치를 보며 발을 동동구르는 경험들은 직장맘이라면 해봤을 것이다. 과연 이러한 환경속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 일전에 신문에서 본 기사글이 생각난다.스타트업으로 치열한 미국의 실리콘밸리, 근로시간이 많기로 유명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이 있다는 내용이였다. 실리콘밸리는 본격적인 공교육이 시작되는 만5세 이전까지 모든 돌봄 비용은 가정이 부담하며 취학 전 아동들의 어린이집 돌봄 비용을 지원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어린이집에 해당하는 프리스쿨 학비는 월 2천달러(약 260만 원) 이상의 수업료라고 한다. 하지만 이곳의 이민자들은 한국으로 가고 싶지 않다고 한다. 그 이유는 양육환경이 다르다는것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직장에서 중요한 일이 생겨도 아이가 우선이며 등하원시간에 출퇴근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등 양육자를 배려하고 있다. 직원이 돌봄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늘 인지하고 존중하고 있고 그로인해 아이와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다는 것이 이유다.

한기연 청주YWCA운동국 팀장
한기연 청주YWCA운동국 팀장

출산이후 직원이 일을하면서도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는것! 정말 부러운 환경이다.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가?직원이 출산과 돌봄의 과정을 거치고 난 뒤에도 이전과 다를 바가 없다면 돌봄은 음지로 갈 수밖에 없다. 부모가 빠진 돌봄은 조부모의 돌봄 노동 또는 베이비시터로 채워진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부모가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아이가 아프면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구조! 일이 아니라 가정을 먼저 생각할 수 있는 사회! 육아휴직, 세액공제, 출산장려금등 모두 필요한 정책이다. 하지만 먼저 바꿔야할 것은 양육환경이다. 아이를 키우고 낳는것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듯이 지금은 온 나라 전체가 변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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