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정봉길 제천·단양주재 부국장

사람들은 본인들의 관심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부지불식간에도 자기가 현재 관심 있는 분야를 눈에 더 담아두는 경향이 있다.

요즘 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요양원, 요양병원, 주간보호센터 등 어르신 요양시설이 눈에 자주 들어온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은 이미 농촌 고령화 도시에 편입됐다.

2023년 12월 31일 기준 제천시 전체 인구 13만194명 중에서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3만 3천722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25.9%를 차지했다. 이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는 뜻이다.

제천시에서 재가노인복지시설.노인의료복지시설을 포함한 전체 노인복지시설은 75곳이 운영되고 있다.

장기요양기관은 시설과 재가를 합쳐 114곳에 달했다. 우리들이 피부로 체감하는 것보다 인구 고령화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어르신 요양시설은 가파르게 증가했고 앞으로도 더욱 많아지리라 예상된다.

고령화사회는 여러 문제를 수반하지만 무엇보다 노인의료, 돌봄에 대한 요구가 크다. 돌봐야 할 아이는 줄어들고, 돌봐야 할 노인만 늘어나는 시대다.

여기에 더해 끝이 안 보이는 저출산 현상으로 인해 손자가 다니던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할아버지,할머니가 다니는 요양원으로 전환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10월 김영주 의원이 2023년 국정감사에서 파악한 바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요양원으로 전환한 사례는 총 194건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추세는 해마다 증가하는 실정이다.

아이를 더 이상 안 낳으니 아이 돌봄 서비스인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더 이상 운영하기 어렵고, 운영자들은 수요가 늘어난 노인 요양 서비스로 갈아 타는 것이 통계로 밝혀진 것이다.

지난 8월 정부가 발표한 제3차 장기요양기본계획(안)에 따르면 고령화가 현재의 속도로 지속될 시 2030년까지 주·야간보호기관 약 3만 1천개소, 입소시설 약 1만 6천 개소 등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렇게 노인 요양시설이 급격하게 늘어나다 보니 민간에 의존하는 노인 요양 서비스를 공공 노인 요양 서비스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장기요양서비스 시장은 제공기관의 98%가 민간이 차지하고 공립 시설의 비율은 1.8% 수준에 불과하다.

아무래도 민간 요양시설은 경영의 효율화를 꾀할 수 밖에 없다. 이에 비해 공공서비스는 민간 서비스에 비해 서비스의 질을 담보할 수 있고, 공립 요양시설은 이익의 관점이 아니라 공공성에 바탕을 두다 보니 수요자들의 선호도도 높은 편이다.

이러한 흐름을 선도하는 반가운 소식이 있다.

제천시는 지난해 4월 제천시 공립 치매전담형 노인요양시설을 건립하기 위한 기공식을 가졌고 올해 7월 준공을 목표로 현재 건립 중이다. 이 시설은 총사업비 90억원, 연면적 2천260㎡의 4층 건물로, 1층은 40명 규모의 주야간보호시설, 2~4층은 70명 규모 노인요양시설로 운영될 예정이다.

질 높은 공공 의료시설과 요양서비스로 가족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환자들의 편안한 심리 상태를 도모하는 공립요양서비스의 확대 측면에서 기대가 된다.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아이들을 공립 유치원에 보내기 위해 부모들이 밤샘 대기하는 모습이 일상이었던 적이 있었다. 머지않아 이러한 풍경은 유치원에서 용도가 바뀐 우수 공공 노인요양시설로 부모님들을 우선 입소 시키려는 자식들의 치열한 경쟁터로 변할 것이다.

시대가 바뀌니 세대가 바뀌고 노인세대가 증가함은 필연적인 현상이다.

더 늦기 전에 한 차원 높은 공공 요양서비스를 미리 설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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