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충북 옥천군의 한 식당에서 열린 박덕흠 의원 지지모임. 붉은색 상의를 입은 박 의원 왼편으로 옥천소방서 간부 공무원 A씨가 배석해 있다. 충북도 소방본부는 A씨의 공무원 정치 중립의무 위반 여부에 대해 감찰 중이다. / 연합뉴스
지난달 27일 충북 옥천군의 한 식당에서 열린 박덕흠 의원 지지모임. 붉은색 상의를 입은 박 의원 왼편으로 옥천소방서 간부 공무원 A씨가 배석해 있다. 충북도 소방본부는 A씨의 공무원 정치 중립의무 위반 여부에 대해 감찰 중이다. / 연합뉴스

박덕흠(보은·옥천·영동·괴산군)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 축하파티를 벌였다는 해괴한 소식이다. 22대 총선이 아직 공식 선거전에 돌입하지도 않았는데 당선 축하파티라니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유권자를 얼마나 얕잡아 보았으면 이런 경거망동한 일이 대명천지에 벌어질 수 있단 말인가.

박 후보는 지난달 27일 자신을 지지하는 금사모가 지역구인 옥천의 한 식당에서 마련한 모임에 참석했다. 선거를 앞두고 지지하는 사람들의 초청을 받아 모임에 참석하는 것은 문제될 게 없다.

문제는 이 자리가 순수 모임이 아닌 박 후보 지지자들이 마련한 당선 축하파티라는 점이다. 이날을 기준으로 한다면 선거는 한 달 열흘 이상 남은 터였다. 박 후보는 회원들과 케이크에 초를 꽂고, 촛불을 끄고, 삼겹살에 와인을 먹었다.

심각성은 케이크에 '축 당선, 22대 국회의원 4선 박덕흠'이라고 쓰여 있었다는 데 있다. 3선의 박 후보는 중앙당의 엄중 공개경고를 받은 뒤 12일 충북도청 기자실을 찾아 "이틀 전 있었던 공천 확정을 축하하기 위한 것이지 당선 축하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다음날 보은군청 기자실을 방문해서는 "케이크에 쓰인 문구를 보고 당황했지만 즉석에서 거절할 수가 없었다. 죄송하다"면서도 함정 의혹을 제기했다. 참석자 누군가의 작전에 말려 들었다는 얘기다.

박 후보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사정이 어떻든 공식 선거가 시작도 안 했는데 미리 '당선 축하파티'를 열었다는 것은 유권자에 대한 모독이 아닐 수 없다. 이 자리엔 옥천소방서 간부 공무원이 참석해 공무원 선거중립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더불어민주당과 시민단체는 즉각 국민을 우습게 보는 박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민주당은 "본 선거를 치르기도 전에 엽기적인 당선 축하파티부터 즐긴 박 후보는 유권자를 철저하게 무시하고 우롱했다"며 오만함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도 "헌법마저 비웃는 당선 축하가 웬 말이냐"며 "설사 모르고 참석했더라도 케이크의 내용을 봤다면 물렸어야 했다. 해보나 마나 당선이라는 오만함의 극치이자 유권자를 무시한 행위"라며 후보 사퇴를 촉구했다.

설상가상, 박 후보는 지난해 12월 보은에서 열린 자신의 출판기념회에서 선거구 주민에게 마술공연 등을 무료로 제공한 혐의로 12일 충북선관위로부터 검찰에 고발당했다.

박 후보처럼 숱한 의혹 속에 3선 12년을 지낸 국회의원은 없을 것이다. 수천억 원대 공사 가족회사 특혜수주, 골프여행 동행 여성 특채, 농지 투기, 단체장 공천 관련 망신 등 각종 의혹과 구설로 점철됐다. 일부는 무혐의를 받기는 했지만, 박 후보의 의혹투성이를 접해 온 유권자들은 신물이 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당선 축하 김칫국부터 마셨다니 기가 막힐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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