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윤희 대전시 외국인주민 통합지원센터장

교수연구실을 드나들며 학과사무실 조교부터 시작하여 전국의 대학에 강의를 다니며 프리랜서로 오랜 시간 일해왔던 나로서는 한 학기마다 정해지는 강의 일정에 따라 생활을 계획해야 했다.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고 업무가 많을 때는 야근을 하는 직장인들의 안정적인 생활패턴이 늘 부러웠던게 사실이다. 나만의 사무실 방과 우리 사무실이 있는 직장인으로서의 내 모습을 그리기도 했다. 목에 걸고 다니던 출퇴근 택이 멋져보이는 순간도 있었다. 처음으로 출퇴근 택을 목에 거는 순간 뿌듯했던 그 느낌은 지금도 또렷하다. 물론 감사하게도 프리랜서로 뛰어다니면서도 단 하루도 쉰 적은 없었다. 나에게 책임감과 성실함은 엄하신 부모님께 많이 혼나고 배우며 장착된 내게는 당연한 삶이다. 직장에 입성한 이후 20명이 넘는 규모에서 45명 이상의 직원이 있는 기관으로 성장시키며 센터장으로 수많은 업무에 최선을 다했다. 공만 굴리면 되는데 왜 이직하냐는 말을 들으며 나는 작은 규모의 기관에서 다시 시작했다. 내가 꿈꾸던 직장인의 삶을 잘 만들어왔으니 그 꿈들을 다 이룬 셈이다. 참 감사할 일이다.

프리랜서 기간까지 합치면 28년의 일경험을 통해 요즘 더 부쩍 드는 생각이 일은 어디서가 아니라 어떻게 라는 생각이다. 물론 30년 이상 직장생활을 하신 내공이 대단하신 분들도 뵈었고 다양한 분야의 일경험을 가진 분들도 뵈었다. 프리랜서와 직장인으로서 지내보면서 일을 잘 한다는 것은 어떤 모습으로 일을 하는 것보다 어떻게 일을 하는가에 있음을 더욱 더 느낀다.

일을 한다는 것은 주어진 업무가 있다는 의미이고 나를 필요로 하고 있음을 말한다. 내가 필요하고 나라는 존재가 어느 수준에서건 역할을 하고 있음을 증명받는 것이다.

조직에 부정적인 역동을 만드는 경우,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고 다른 직원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 부족한 역량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고 과대하게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경우, 역량부족에도 관리자를 맡아 결국 역량을 높이지 못하고 포기하게 된 경우 등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또한 상처받기 싫어 문제에 직면하지 못하고 자신의 감정에 빠져 있어 쉽지 않았던 경험도 있었다. 사실 직장에서 같이 업무를 하는 관계가 아니라면 문제가 안된다. 하지만 그로 인한 업무분담과 피해는 다른 직원이 그리고 조직이 감당해야 해서 관리자로서 고민이 많았었다.

프리랜서든 직장인이든 사람을 피해 일을 할 수 없다. 직장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프리랜서보다는 집단내 오래 머문다는 것이며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 더 무겁게 문제를 경험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차이일 것이다. 어디에서 일하는 것이 중요치 않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센터에는 지역내 외국인의 취업역량을 높이기 위한 사업이 있다. 취업을 대비한 외국인주민의 모의면접, 이력서 컨설팅 등 직장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부분들을 알려드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역량있는 외국인 청년들을 보면서 자신의 역량을 잘 보여주기 위해서는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사항들에 집중하고 있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용적 태도와 소통능력인데 싶어 생각이 많아진다.

김윤희 대전시 외국인주민 통합지원센터장
김윤희 대전시 외국인주민 통합지원센터장

나에게 업무가 주어졌을 때 그 업무를 받아들이고 어떻게 책임감있고 목적부합하게 완수해 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우선되어야 할텐데 싶다. 소통하고 나누며 공존할 수 있는 역량을 어떻게 하면 실천현장에서 만들어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은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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