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정기 증평·진천주재 부장

[중부매일 김정기 기자] 섣부른 공약(公約)이 분노를 키웠다.

김수민(국민의힘) 청주 청원 총선 후보의 '청주-증평' 통합 공약이 그 예다.

이 공약은 연일 '뜨거운 감자'로 입방아에 오르며 증평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지난 6일 군수 주재로 열린 지역 현안 간담회에서 사회단체장들은 '어처구니없는 공약'이라고 일축하며 파기를 촉구한 것.

이틀 후 군의원들도 "통합 공약은 총선 후보자의 사려 깊지 못한 선거용 관심 끌기일 뿐"이라며 비판했다.

급기야 통합반대추진위원회까지 꾸려 "증평을 이용하거나 자극하지 말라"고 경고를 보냈다.

김 후보 공약은 그야말로 주민들에겐 '뜬금포' 선물이 됐다.

눈길을 끄는 발언도 있었다.

한 주민은 "차라리 충북 전체를 통합하지"라고 성토하며 민심을 대변했다.

이처럼 지역 분위기는 황당무계하다는 반응이 주다.

떡 줄 사람은 꿈도 안 꾸는데 김칫국부터 마신 격으로 치부되고 있는 셈이다.

증평은 헌정사상 입법기관을 통해 탄생한 도시다.

이 때문에 이면(裏面)에는 주민 스스로 일궈냈다는 대단한 자부심이 늘 깔려 있다.

독립한 지 20년밖에 안 된 '신생 도시'지만, 강점이 많다.

일례로 청원의 인구 증가율은 내림세지만, 증평의 인구는 상승세를 유지한다.

증평의 지난해 기준 인구 증가율은 충북 도내 1위를 기록했다.

출생아 수는 충북 최고 증가율로 역시 1위를 차지, 지방소멸 가속화에 출생률도 으뜸이다.

애써 위안거리를 찾는다면, 이러한 이유로 소위 잘나가는 군(郡)이라 내심 탐을 낸 건 아닐는지.

더욱이 눈여겨볼 점이 있다.

당시 법안을 발의했던 이는 자당의 정우택 국회부의장이다.

게다가 김 후보 경쟁자인 송재봉(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002년 대선 당시 충북 10대 공식 공약 과제에 증평군 설치 당위성을 제시한 이다.

공교롭게 이 둘은 증평명예군민이다.

아울러 이 지역 총선 주자인 같은 당 경대수(국민의힘) 후보도 '가능성 없는 공약'이라고 일축했다.

웃지 못할 촌극이다.

김 후보는 지역을 생각해 큰 그림을 그렸을 것이다.

다만 상대에 대한 배려가 없었을 뿐.

사태가 악화하자 김 후보가 최근 주민 찬성 전제를 강조했다.

그런데도 증평 주민들은 달갑지 않다.

뿔난 주민들을 어떻게 달래야 할지 우선 고민해 볼 문제다.

이후 각계의 충분한 의견공유와 분석, 구체적인 실행 가능성과 상생 방안 그리고 사회적 합의 등이 전제돼야 한다.

김정기 증평·진천주재 부장
김정기 증평·진천주재 부장

무엇보다 성난 민심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는 방편으로, 청원만큼이나 증평에 대한 애정도 보여줘야 한다.

문득 '우리 아이가 소중하면 남의 아이도 소중하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자신의 아이를 특별히 키우기 위해 남 아이의 인격이나 권리를 침해하면 안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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