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영국 충북소방본부장

사계 중 봄은 만물이 소생하고 움츠러든 생명이 기지개를 켜는 계절이다.

얼음이 녹고 찬 기운이 서서히 걷히며, 산과 들에 꽃이 피고 따스한 햇살이 내리쬔다. 아이들은 새학기가 시작되어 가방을 메고 운동화를 고쳐 신는다.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싱그러운 봄철에 옷이 가벼워지는 산뜻한 풍경과는 달리 우리 소방관들은 두터운 방화복을 꺼내 입는 일이 더욱 잦아진다.

바로 3~5월까지 성수기를 맞이하는 '봄철 산불'이 그 이유이다.

최근 3년 도내 월별 산불 빈도를 살펴보면, 3~5월 발생한 산불이 전체 발생 건수의 60.4%이며, 나머지 23.2%도 2월에 발생하여, 이를 포함할 경우 83.6%의 압도적인 빈도로 봄철에 산불로 인해 산림이 무참하게 훼손되는 것이다.

산불은 정성 들여 가꾼 산림과 동·식물들의 보금자리는 물론, 소중한 생명과 재산까지 하루아침에 앗아간다. 2005년 강원 양양의 산불로 394억원 피해, 973ha 산림 소실과 더불어 관동팔경 중 하나인 낙산사가 전소되었고, 작년 미국 하와이에서는 사상자 130여명, 최대 75억 달러 피해의 초대형 산불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예로부터 산불은 악마에 빗댄 화마(火魔)로 불렸었다. 건조해진 날씨와 강풍을 동반한 봄철 특유의 날씨가 산 전체를 가연물로 바꾸어 대형재난으로 순식간에 번지게 된다. 일반화재와는 비교불가한 거대한 규모의 화염은 수많은 자원을 투입해도 진압이 매우 까다롭다.

이에 충북소방본부에서는 매년 봄철 산불 예방을 위해 언론보도, SNS, 캠페인 등을 통한 홍보활동으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인근 민가와 건축물에도 화재가 급속도로 번지기 때문에 산불 발생 대비·대응태세 확립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산불의 원인은 애석하게도 자연적 요인보다 인위적 요인이 절대다수로 최근 5년 도내 산불 원인 중 논·밭 소각으로 인한 불티, 담뱃불 등 부주의로 인한 발생률이 87.3%에 달한다.

이와 같이 국민 모두의 관심과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예방수칙을 몇 가지 전하려 한다.

첫째, 입산 시 라이터·성냥 등 불씨가 될만한 인화성 물질 소지를 금하고,

둘째, 캠핑장·대피소 등에서 취사 등을 할 경우 지정된 장소에서 화기를 사용해야하며,

마지막으로 산에 인접한 논·밭에서 쓰레기 등의 소각을 금해야 한다. 인접하지 않은 장소라도 불티가 옮겨질 수 있으니 소각 시에는 소화용구를 인근에 비치하고 불씨가 없어질 때까지 지켜보며 되살아나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확인해야 한다.

고영국 충북소방본부장
고영국 충북소방본부장

위 수칙을 지키지 않아 산불이 발생하면 산림보호법에 의해 징역, 벌금, 과태료 등의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작은 부주의가 아름다운 금수강산과 보금자리를 불 태울수 있다는 생각을 항상 가졌으면 한다.

푸른 자연을 앗아가는 무서운 산불은 일상적인 수칙만 준수해도 예방가능하다. 동·식물의 보금자리인 산림을 우리 후손에게 잘 물려주기 위해 산불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기본수칙을 지켜 올 한해는 산불예방을 위한 원년의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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