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눈]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부 교수

경찰공무원에게 승진은 조직생활에서 가장 기쁜 일이면서 동시에 가장 불만 요인이기도 하다. 모두가 상위 직급으로 승진할 수는 없기 때문에 동일 직급에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승진예정자를 선정해야 한다. 현행 '경찰공무원 승진임용 규정(대통령령)'에 따르면 경찰공무원의 승진임용은 심사승진, 시험승진 및 특별승진으로 구분한다. 한편, 이와 별도로 '경찰공무원법' 제16조에 따라 근속승진 제도가 있다. 해당 계급에서 일정 기간 동안 재직한 경찰공무원이 경감까지 승진할 수 있는 제도이다.

그 중에서 시험승진은 일선서 과장급에 해당하는 경정 계급까지 적용되고, 직급별로 법률과목이나 실무과목이 객관식 또는 주관식으로 출제된다. 그 동안 시험승진은 여러 차례 과목 개편과 근무성적 반영 비율의 조정이 이루어져 왔다. 그리고 최근 경찰청은 순경에서 경장으로의 시험승진 제도를 폐지하고, 전체 시험승진 비율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인사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였다. 시험을 통한 평가는 역사적으로 가장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경찰 승진에서는 시험승진 제도에 대한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았다.

우선, 시험승진 제도가 공정한가라는 문제 제기가 있다. 시험승진을 준비하는 모든 경찰관들이 시험 준비를 위해 수험생처럼 공부에 매진한다. 하지만, 어느 부서에 근무하느냐 어떤 보직을 맡고 있느냐에 따라 시험공부에 투자할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과 집중력의 차기가 크다. 그런 이유로 특정 부서에서 시험승진자들이 많이 배출되고 있고 다른 부서 경찰관들에게는 불만의 요인이 된다. 새해가 시작되고 매년 시무식이 열리지만 승진시험을 준비하는 경찰관들은 공부에 매진해야 할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시험을 앞두고 연가를 내어 집중적으로 막판 시험공부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 연가를 내는 것을 엄두도 못내는 부서에서 공부하는 사람도 있다. 과연 시험승진이 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다음으로, 시험승진 제도가 정말 조직에 필요하고 업무역량이 뛰어난 사람을 평가하는 제도인지 의문이다. 시험승진에서도 근무성적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업무역량이나 조직 기여도에 대한 평가가 일정 부분 반영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객관식 또는 주관식 시험점수가 승진을 좌우한다. 조직 내에서 승진이라는 것은 그 사람이 맡은 직위에서 얼마나 성과를 내었고, 조직의 발전에 얼마나 기여했는가를 평가해서 보상하는 것이다. 과연 시험제도가 그런 평가를 반영할 수 있을까? 현행 경찰 시험승진은 승진시켜야 할 사람을 승진시키는 것이 아니라 시험을 잘 보는 사람을 승진시키는 제도이다.

경찰 인사제도 개선에 한발 더 나아가 이제는 말 많고 탈 많은 시험승진 제도를 폐지하면 어떨까? 조직 내에서 사람을 기르는 승진인사제도를 운영해야 한다. 시험승진이 사라지면 심사승진이 가장 중요한 승진제도가 될 것이다. 심사승진이라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업무역량이나 조직 기여도에 대한 평가 측면에서 시험승진보다는 공정하고 객관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승진시험이 폐지되면 보다 투명하고 객관적인 승진제도가 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경정 이하 경찰공무원의 근무성적 평정은 경찰업무 발전에 대한 기여도, 포상, 교육훈련, 근무태도 등 정량적 요소를 평정하는 제1평정요소와 근무실적, 직무수행능력, 직무수행태도 등 정성적 요소를 평가하는 제2평정요소로 구분된다. 그리고 제2평정요소는 수(20%), 우(40%), 양(30%), 가(10%)로 비율에 따라 상급자들에 의해 상대평가가 이루어고 있다.

심사승진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성평가인 제2평정요소에 대한 합리적 기준이 필요하다. 부서장과 기관장의 주관적 평가가 객관화 될 수 있는 제도 운영이 요구되고, 최종적으로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실질적인 인사위원회가 운영되어야 한다. 또한, 승진예정자들은 상위 직급에서 직무를 수행할 역량을 갖춘 사람이 아니라 상위 직급에서도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되고 발전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다. 역량을 갖추게 하고 이를 검증하는 것은 교육훈련의 역할이다. 승진심사로 승진제도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승진임용예정자들에 대한 보다 강화된 교육훈련으로 역량을 갖추게 하고 검증해야 한다. 교육훈련 기간이 쉬었다 가는 기간이 아니라 승진심사의 연장선상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승진임용이 늦어지거나 재검토 될 수도 있을 때 실질적인 교육훈련이 이루어질 수 있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부 교수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부 교수

기업이나 국가기관이나 조직이 해야 할 일은 구성원을 기르는 것이다. 구성원들이 직무역량을 기르고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독려하는 것이 인사제도이다. 잘못된 인사제도는 조직에 대한 불만을 키우고 구성원들 간의 반목을 초래하지만 올바른 인사제도는 조직 발전의 기반이 되고 구성원들 간의 화합을 가져온다. 결국 위기의 순간에 조직을 살리는 것은 사람이다. 인사제도의 혁신으로 사람을 기르는 경찰조직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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