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아이들] 황윤미 꿈단지어린이집 원장

지난 6일 '애앵 애앵 애잉' 사이렌 소리가 울리면서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여기는 청주첨단문화산업단지 자위소방대 지휘통제소입니다. 화재 발생 훈련 사이렌이 울리고 있습니다. 현재 단지 내에 있는 모든 사람은 지금 즉시 자위소방대원의 지시에 따라 신속하게 건물 밖으로 대피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날은 청주 동부소방서와 단지 자위소방대의 미리 예정된 합동소방훈련을 실시하는 날이다. 이미 여러 차례의 훈련에 익숙한 아이들은 교사의 지시에 따라 놀이를 중단하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코와 입을 가리고 몸을 숙여 신속히 집결지로 대피한다. 청주첨단문화산업단지 내 입주 기업의 직원들과 임시청사의 공무원들이 집결지에 모두 모인다.

"아빠! 아빠다!" "선생님 우리 아빠예요"

소방훈련 중 만난 아빠와 함께 소화기로 불을 끄는 시연도 해보고 소방관 아저씨들과 소방차 구경도 함께 한다.

꿈단지어린이집은 청주첨단문화산업단지 내에 있는 공동직장어린이집이다. 직장 내에 있는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어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소방훈련을 함께하거나, 어린이집 주변을 산책할 때 종종 엄마, 아빠를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곤 한다.

근로자의 일과 가정 양립을 직접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직장어린이집의 활성화를 위한 법 취지에 따라 의무설치 미이행사업장에 대해서는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일정 규모가 넘는 기업들 중 근로복지공단의 지원을 받아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설치 후 지속적인 운영 지원에 대한 예산상 부담 때문에 이행강제금을 불사하면서까지 어린이집 설치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직장어린이집은 여성 고용 촉진을 위한 가족 지원 서비스인 동시에 영유아에 대한 양질의 보호와 교육을 국가와 기업이 함께 분담하도록 하는 공동보육서비스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직장어린이집을 통하여 근로자 부모는 심리적 안정감을 갖게 되고 자녀보호 및 자녀관계 향상, 가사노동량 감소 등의 긍정적 혜택을 받고, 경영주들도 근로자의 근무태도 향상, 이직률 감소, 복직 증가, 노사갈등 해소, 지역사회와의 관계 향상 등의 다양한 효과를 얻게 된다. 이러한 장점이 있는 직장어린이집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운영비 지원 등 사업장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루어져 가정적으로는 자녀 양육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고 사회적으로는 출산 장려의 효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황윤미 꿈단지어린이집 원장
황윤미 꿈단지어린이집 원장

보건복지부는 어린이집을 통해 연장보육, 야간연장보육, 24시간 보육, 휴일보육 등을 관장하고 있고 교육부에서도 맞벌이 부모의 양육 부담을 덜어주고자 늘봄학교 등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정작 아이들은 가정이 아닌 시설이나 학교라는 공간에서 장시간 머무르게 된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무엇보다도 자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적 여유를 갖고자 하는 욕구가 크다. 이 때문에 모든 사업장에 근로자들의 자녀 돌봄에 필요한 유연근무, 단축근무, 재택근무, 남성육아휴직, 배우자 출산휴가 등 제도가 안정적으로 실행될 수 있도록 '권고'를 넘어 '의무화'해야 한다고 본다. 생애주기에서 가장 중요한 영유아 시기에 부모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과 재정적 지원이 범정부적으로 추진되어 저녁시간엔 온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저녁이 있는 삶'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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