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주기 적합 관계망 형성·경제적 자립 지원 절실

청주시 서원구 아동복지관에서 열린 '청주복지포럼 대담'에서 사회적 고립과 배제 예방과 대응 방안을 주제로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윤재원
청주시 서원구 아동복지관에서 열린 '청주복지포럼 대담'에서 사회적 고립과 배제 예방과 대응 방안을 주제로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윤재원

 

편집자

[중부매일 손수민 수습기자] 최근 노년층뿐만 아니라 전 연령대에 걸쳐 사회적 고립이 만연해진 가운데 지난해 이상동기 범죄가 잇따라 발생했다. 이에 청주복지재단은 이상동기 범죄를 중심으로 사회적 고립과 배제에 대한 예방 및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자 대담을 마련했다. 패널에는 강지은 청주상당정신건강복지센터 상임팀장, 권혜림 서원대학교 경찰행정학부 교수, 배주희 충북경찰청 범죄예방대응과 경위가 참여했다.

 

- 사회적 고립, 사회적 배제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사회문제는?

청주시 서원구 아동복지관에서 열린 '청주복지포럼 대담'에서 강지은 청주상당정신건강복지센터 상임팀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윤재원
청주시 서원구 아동복지관에서 열린 '청주복지포럼 대담'에서 강지은 청주상당정신건강복지센터 상임팀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윤재원

▶강지은 : 실무자로서 현장에서 느끼는 것을 얘기하겠습니다. 사회적 고립, 사회적 배제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건 아무래도 경제적 빈곤인데 양극화가 심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우울감을 비롯한 정서적인 부분도 현장에서 보입니다.

▶권혜림 : 전공이 사회학이나 복지 분야는 아니라, 이 자리를 위해 사회적 고립과 배제의 의미를 공부해 왔습니다. 먼저 사회적 고립은 자기의 의지보다는 타인에 의해 상호작용이 제한돼서 자신이 특정 집단으로부터 분리됐다고 인지하는 것이라고 개념화한 연구가 많았습니다. '은둔형 외톨이'라는 표현도 있는데 그들의 고립이 스스로 선택한 결과인지, 고립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두 번째, 사회적 배제라는 개념은 빈곤이 중심이 됩니다. 단순한 경제적 빈곤을 넘어 문화적인 측면까지도 다 아우르는 개념으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에서는 사회배제를 측정하는 지표로써 실업 상태, 낮은 소득수준, 지역사회의 낮은 응집성, 학업의 조기 이탈 등을 활용합니다. 장애인, 거동이 불편한 노인, 가정에서 학대받는 아동, 취업에서 소외되는 청년들 모두 사회적 배제에 놓여있는 것입니다. 사회적 고립과 배제라는 개념 안에 이미 다양한 사회문제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배주희 : 경찰은 사회적 고립, 사회적 배제로 인해 발생하는 범죄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작년에 이상동기 범죄로 인한 국민 불안감이 증대됐습니다. 이러한 범죄가 증가하는 양상에 사회적 고립이나 배제의 영향도 반영되는 것 같습니다.

 

- 사회적 고립, 사회적 배제로 인해 이상동기 범죄가 증가하는 가운데 충북 및 청주시 현황 혹은 이와 관련된 사례가 있는지?

청주시 서원구 아동복지관에서 열린 '청주복지포럼 대담'에서 배주희 충북경찰청 범죄예방계 경위가 발언을 하고 있다. /윤재원
청주시 서원구 아동복지관에서 열린 '청주복지포럼 대담'에서 배주희 충북경찰청 범죄예방계 경위가 발언을 하고 있다. /윤재원

▶배주희 : 경찰청에서 '이상동기 범죄'라는 범죄 유형을 명명하고 지난해 8월 국무총리 대국민 담화문에서 공식적으로 처음 사용했습니다. 그간 '묻지마 범죄'라고 불리면서 법률적, 학술적으로 개념 정립이 어려웠던 범죄 유형의 판단 기준을 마련했습니다. 이상동기 범죄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피해자가 예측하기 어려운 공격 행위라는 특성에 초점을 맞춰 가해자-피해자 간의 전조 갈등 없는 공격 행위로 구체화했습니다. 이상동기 범죄 발생은 경찰청에서 작년 한 해 전국적으로 44건이라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지역별 현황 및 구체적 사건 내용은 공개하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권혜림 : 특정 사례보다는 발생 추이를 살펴보고자 하는데, 2003년부터 2018년도까지 발생한 범죄 중에서 1심 판결문을 분석한 연구자료가 있었습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속적으로 이상동기 범죄가 증가하고 있고, 발생 지역은 수도권에 많이 집중돼 있었습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우리가 이상동기 범죄를 정신병에 기인한 범죄로 연결하려고 하는데, 실제 이상동기 범죄자에서 정신병적 범죄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30% 정도입니다. 70%는 해당되지 않는 것입니다.

▶강지은 : 이 부분은 사실 공란으로 가지고 왔습니다. 왜냐하면 질문이 '이상동기 범죄가 증가하는 가운데 충북 및 청주시 현황'인데 제가 일하는 곳까지는 범죄가 잘 오지 않습니다. 경찰서 쪽으로 가기 때문에 제가 청주에서 10년 이상 일했는데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 사회적 고립, 사회적 배제로 인해 나타나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대응 정책은?

청주시 서원구 아동복지관에서 열린 '청주복지포럼 대담'에서 권혜림 서원대학교 경찰행정학부 교수가 발언을 하고 있다. /윤재원
청주시 서원구 아동복지관에서 열린 '청주복지포럼 대담'에서 권혜림 서원대학교 경찰행정학부 교수가 발언을 하고 있다. /윤재원

▶권혜림 : 사례를 면밀히 들여다보면 이상동기 범죄도 나름 명확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2015년 대검찰청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이상동기 범죄로 인한 살인 사건 50건의 동기는 현실 불만 24%, 정신질환 36%, 알코올이나 약물 중독 35% 정도였습니다. 현실 불만, 사회 부적응이 주요한 동기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대응도 개개인의 문제를 넘어 불평등한 사회구조적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또 범죄학 이론 중에 사회유대이론이 있습니다. 다른 이론들은 범죄자에 집중하는데 사회유대이론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다수에 주목했어요. 범죄행위를 하지 않는 이유는 우리가 누군가에게 묶여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애착을 형성하는 대상이 있고, 직장이든 취미생활이든 어딘가에 몰입했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시각으로 보면, 생애 주기에 적합한 사회적 연결고리를 만들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도 또 다른 대응 정책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배주희 : 경찰에서는 적극적인 범죄예방활동으로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범죄발생 및 112신고분석 등을 통한 경찰력의 효율적 운영, 방범용 CCTV 등 방범 시설 확대 설치 등이 주요 내용입니다. 교수님이 말씀하셨듯이 사회적 고립, 배제를 분석해 보면 경제적으로 취약하신 분들이 대부분이니까 경제적 자립 정책이나 사회적 관계망 형성을 위한 관련 기관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강지은 : 얘기하고 싶은 게 두 가지 있습니다. 이상동기 범죄의 동기가 항상 정신장애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피부로 느끼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일반 시민들이 긴장하는 이유는 언론 보도 때문입니다. 한국기자협회와 중앙부처가 마련한 자살 권고 보도 기준 3.0처럼 이 문제에 대해서도 윤리강령이 필요하고 무차별하게 배포하는 시민들도 교육해야 합니다. 

앞서 교수님이 공중 보건적 접근을 말씀하셨는데 보건복지부, 교육부, 여성가족부, 고용노동부 등 곳곳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통합을 잘해서 정책이 한 방향으로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