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기 / 대전대덕구청장

얼마 전 한 언론에 일본 홋카이도 유바리시의 재정파탄 상황이 소개됐다.

한때 잘나가던 탄광도시가 석탄산업 부진으로 활력을 잃자 거액을 투자해 국제영화제를 개최하고 스포츠, 레저시설 건립 등에 과잉투자하다 파산위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12만명이던 인구가 1만3천여 명으로 줄어든 시는 자구책으로 세금과 공공요금을 전국 최고 수준으로 인상했다. 양로원과 학교 등 공공시설을 폐쇄하거나 최소한으로 줄였다. 시직원 270명을 4년간 70명으로 감원하는 고강도 회생대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중앙정부에서는 미흡한 조치라며 더 가혹한 처방을 요구했다는 내용이다.

참여정부 들어 행정도시 건설을 비롯해 국토의 균형발전이란 명분으로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 장밋빛 개발계획이 잇따라 발표됐다.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한 경제자유구역과 지역특화발전특구까지 굵직한 개발 전략이 10가지가 넘는다. 20조원이 넘는 대형 개발사업도 있다. 여기에 광역자치단체는 물론 기초자치단체에서도 실행이 의심스러운 거액의 투자사업계획을 경쟁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 사업 유치는 해당지역 주민들의 더할 나위없는 바램이요 지자체의 숙원이다. 실제 추진 여부를 떠나 표를 먹고사는 정치인과 선출직 자치단체장에게는 마술과도 같은 득표력을 발휘한다. 문제는 검증조차 되지 않은 개발계획, 추진되지도 않을 장밋빛 청사진이다. 벌써 정부 내에서도 균형발전사업의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중복 투자는 물론이고 경제성마저 불투명한 개발계획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민간투자 사업은 뜬구름 잡기식 계획이 많고 대단위 개발계획에 예외없이 나타나는 세계적 규모의 리조트나 골프장 등 위락단지 사업성도 불안하다는 분석이다.

대통령이든 자치단체장이든 중요한 의무는 주민들이 살기 좋은 편안한 생활환경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도로 확장과 박물관, 체육관 건립도 필요하다. 그러나 주민들이 생업에 전념하고 깨끗한 환경 속에서 여가를 보내고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

일본의 예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에는 지금 인구 수 만 명의 지자체에 지역발전이라는 명분으로 수 천 억원의 예산을 퍼붓는 데가 한 두 곳이 아니다. 그만한 투자로 지역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한편으론 부럽기도 하지만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고 지역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을까하는 회의가 이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지방자치의 진정한 힘은 그런 하드웨어적인 부분보다도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에 의존한다고 믿는다.

관리할 능력도, 이용하는 사람도 없는 공공시설을 늘린다고 지방자치 수준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다. 생색내기용 건설과 전시성 사업은 두고두고 지역 주민에게 피해만 준다. 기업과 주민들의 불만과 불평에 신속히 대응하고 일상의 불편을 과감히 없애주는 행정서비스 제공이 더 절실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단체장의 리더십과 공무원 각 개인의 경쟁력이 큰 역할을 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경쟁력이 모여 한 부서와 지자체의 경쟁력을 향상시킨다. 업무의 효율성과 투명성, 개인의 도덕성은 그 바탕이다.

대덕구는 지금 이러한 경쟁력 향상과 수준 높은 행정서비스 제공을 위한 노력과 투자를 하고 있다. 국내 최고 경영자의 경험과 식견을 직원들이 함께 나누는 일에서부터 해외 선진지방자치의 기법을 벤치마킹하는 일을 적극 추진 중이다. 주민참여예산제를 실시하고 경영과 홍보마인드를 기본으로 각 개인의 비전과 임무를 스스로 정하게 했다.

주민들로부터 세금이 아깝지 않고 자신들의 미래를 충분히 맡겨도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그것으로 훌륭한 지방자치가 아닌가.

정유년 새해에는 구정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진정한 의미의 '부자대덕'실현이 앞당겨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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