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희대 / 농협충북지역본부본부장

병술년 한해가 벌써 다 갔다. 세월이 유수와 같다던 옛 어른들의 말씀이 새롭다.

2005년 7월 충북농협의 본부장으로 임용장을 받고 홀로되신 어머님을 찾아 큰 절을 올리던 때가 기억이 난다.

고향 충북의 농협본부장으로 취임하게 된 기쁨과 개인적인 영광을 가장 먼저 어머니께 알리고 싶어 한걸음에 찾아 갔지만 그다지 달갑지 않은 표정으로 맞아 주었다. 절을 받으시고는 한동안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시더니 "그래 네가 그 자리에서 무얼 할 수 있겠느냐"고 말씀하셨다. 망치로 머리를 한 방 맞은 것처럼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어릴 적에는 그토록 다정하신 던 어머님이 성인이 되어서는 단 한 번도 칭찬의 말씀을 하신 적 없어 큰 기대는 갖지 않았지만, 그 자리에 오른 것보다는 당신 자식이 그 자리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걱정하시는 말씀이 내게는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돌아오는 길 어머니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들이 되겠다 그리고 절대로 농업인에 실망을 주는 농협을 만들지 않겠다고 몇 번을 다짐했다.

그리고 갈수록 소외되어가는 가는 농촌에 희망을 불어 넣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며, 농촌과 도시와의 양극화 해소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충북인의 한 사람으로, 충북농협 본부장으로 고향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적지 않은 고민을 했다.

올 신년사에서 상사는 부하직원을 따듯한 사랑으로 보듬고, 부하직원은 신뢰와 존경으로 서로를 칭찬하는 직장문화 조성과, 농촌과 지역사회에 무한 봉사하여 농업인과 도민에게 사랑 받는 농협으로 거듭나자는 '정(情) 경영'을 강조했다. 그리고 실천사항으로 나 보다는 조직을, 조직보다는 농업인과 고객을 먼저 생각하고 업무를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그 결과 서로를 이해하고 감사하고 칭찬하는 조직문화가 자리를 잡았으며, 전국에서 가장 우수하게 농촌사랑운동 실천하는 지역본부로 만들었으며, 지역사호와 함께 하기 위해 충북기업사랑농촌사랑운동을 전개하여 기업과 농촌이 교류하는 다리 만들어 냈다.

그 다리로 좀 더 많은 사람과 기업이 다닐 수 있도록 포장도하고 확장공사고 해야 하는 숙제는 남아 있지만 농촌과 기업의 왕래는 도로를 만들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그 결실로 충북농협 설립이래 최초로 중앙회 업적평가 1위라는 위업달성이라는 영광으로 돌아왔다.

충청북도 브랜드 슬로건이 'BIG 충북"으로 확정되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BT.IT 등 첨단산업과 Green(그린)의 청정자연환경의 머리글자를 따 충북도의 슬로건을 만든 것이다. 여기에 저작자의 동의 없이 BIG의 'B'에 Belief(믿음)이라는 의미를 추가하고 싶다.

도시민은 농업인을, 농협은 농촌을, 정치인은 국민을 사랑하고 서로의 아픔을 감싸고 돌볼 때 믿음이 싹트고, 그 믿음으로 상생 발전하여 'BIG 충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자화자찬 같지만 '농촌에 새로운 희망을 불어 넣고 전국 제일의 복지 농촌을 만들어 보라'는 어머님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개인 개인이 서로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건전한 시민의식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려우며, 농업인이 농협을 믿음이 없다면 농촌과 농협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도민이 행정기관에 믿음이 없다면 'BIG 충북' 건설은 구호에 그칠 것이다.

정해년(丁亥年) 한해는 어머님이 자식에 대한 믿음을 지키듯 믿음과 사랑으로 충만한 한해가 되길 기원한다.

그리고 배움이 많지 않지만 항상 노심초사 자식을 위해 채찍을 가하시는 어머님께, 한해동안 풍년농사를 위해 애쓰신 농업인들과 농업인단체에, 농협을 사랑하는 고객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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