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식 / 청원고 교감

'PDA 무료지급', '전원 해외연수', '비공개 입학특별장학금', '수학보조금' 등 파격적인 '비밀 옵션'까지 동원하면서 지방대학들이 신입생 선점을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신입생을 잡는 길만이 살 길'이라는 특명이 떨어진 것이다. 최근 대입정원 규모가 고교졸업생수를 뛰어넘는 '대입정원 역전' 시대를 맞아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부실 대학들이 부지기수다.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이런 현상은 이미 지난 2002년부터 나타난 현상이다.

특히 지원자까지 점점 줄어들어 학교의 존립위기와 맞물려 있는 지방대학이 학생 유치에 사활을 걸고 신입생을 모시기 위한 온갖 묘책을 내놓는 것은 당연하다.

이른바 적자생존, 약육강식 원칙이 지방 대학의 위기를 가속화 하고 있다. 지방과 수도권의 사회 문화적 인프라의 차이, 지방 우수인재의 서울집중, 지방대 출신의 취업기회 차별, 예산지원의 차등화, 특히 학벌사회의 근원인 대학 서열화 고착이 지방대학 위기를 부채질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위기는 정부 정책의 미숙함이 가장 큰 몫을 했다. 정부가 "요건만 갖추면 대학을 설립할 수 있게 하겠다"며 대학설립 준칙주의를 도입 한 것이 1996년이다. 일정한 요건만 충족시키면 대학을 마음대로 만들 수 있게 함으로써 대입 경쟁을 어느 정도 완화해보겠다는 취지였다.

그 이후 돈만 있으면 너도나도 대학을 만들어 대학은 끝없이 느는데 인구 감소 때문에 대학 입학 대상자는 계속 줄어들어 급기야 2003년부터는 7년째 고교 졸업생이 대학 정원보다 적은 '입학정원 역전시대'를 맞고 있다. 급기야는 정원을 채우지 못한 일부 대학은 경영난에 허덕이다가 문을 닫는 일도 생겼다. 10년 앞도 내다보지 못한 정부의 '원칙 없는 수급정책'은 대표적인 '교육정책 실패작'이다.

그러나 사정이 이러한데도 여전히 중·고등학교 교육이 입시의 가위에 눌려 허우적거리고 있다.

결국 '대학 입학정원 역전시대' 하에서 대학 정원이 부족해서도, 입시 방법이 특별히 나빠서 입시가 과열되거나 사교육이 급증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학벌이 가장 중요한 개인의 평가 기준'이 되고 있는 학벌위주의 사회 구조와 학부모 인식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러한 학벌주의의 만연은 결과적으로 일류대학 진학열을 부추겨 놓았으며, 여기에 필연적으로 이어지는 대학서열화와 그로 인한 과열 과외와 사교육비 문제를 파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대학 정원은 남아도는데도 단지 남보다 좀 더 나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학부모들이 엄청난 사교육비 부담에 허덕이고 학생들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이른바 '공부 선수'로 혹사당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가 단위학교 운영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고교체제를 다양화하기 위해 도입한 특목고와 자립형사립고마저도 당초 취지와는 달리 인성교육은 외면한 채 오직 일류대학의 입시준비교육에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학벌위주의 사회 구조와 학부모 인식이 변하지 않는 한 21세기가 요구하는 전인격적이고 창의적인 '글로벌 인재'를 길러내는 데는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대학 입학정원 역전시대'에서도 여전히 입시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수험생을 구할 묘책이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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