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현 / 충북도 균형정책팀장

하이닉스 청주공장 증설을 계기로 불거진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한 논란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43년 전인 1964년 '대도시 인구집중 방지대책'이 수립된 이후 1970년대 서울시 인구분산시책이 추진되었으나 분산은 커녕 수도권으로 밀려드는 인구와 산업이 더욱 급증하자 1982년에 급기야 법률을 제정하기에 이른다.

이 법이 바로 '수도권정비계획법'이다. 국회가 제정한 법률이 아니면 통제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수도권 집중의 문제가 불혹을 훨씬 넘긴 세월을 거치면서도 아직까지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도권의 인구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반면 시골마을에서는 70세가 다 된 노인이 청년회장을 맡고 있고 전교생이 단 1명인 초등학교도 있으며 아기 우는 소리가 끊긴지 오래된 마을도 한둘이 아니다.

이에 반해 수도권은 시(市) 경계가 어디인지 모를 정도로 빼곡한 건물들로 채워져 있고, 넘쳐나는 자동차로 인해 연간 교통혼잡비용이 12조원에 달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이러한 실정을 아는지 모르는 것인지 일부 정치권에서는 국가경쟁력 확보라는 편협된 논리를 가지고 수도권 규제완화를 요구하며 법 개정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경제비중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수도권의 경우 자체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를 다른 지역으로 공급하는 이출(移出)률은 16.5%에 불과하여 전국 6개 권역 중 최저를 나타냄으로써 충청권의 35.9%와 큰 대조를 보이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수도권의 경제적 효과가 비수도권으로 파급되지 않고 '혼자만 잘사는 지역'으로 남아 있어 경제 문화적 소득격차에서 오는 불균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따라서 "수도권이 잘 살아야 지방이 잘 산다"면서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수도권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수도권의 논리가 허구임이 입증된 셈이다.

뒤집어 말하면 지금도 잘 살고 있는 수도권이 못사는 비수도권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만 더 잘살아 보겠다고 아우성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과도한 사회비용을 최소화하고 탄탄한 균형적 경제구조 속에서 유기적인 역할분담이 요구되고 있지만 지금 수도권에서는 눈 앞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편협된 논리에 휩싸여 있다.

춘추전국시대의 여씨춘추(呂氏春秋)에 나오는 '갈택이어(竭澤而漁)'라는 말이 있다.

연못을 말려 고기를 얻는다는 말로,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하여 먼 장래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가리키는 말인데 작금의 수도권 규제완화 주장을 꼬집는 성어라고 할 수 있다.

연못의 물을 말려서 고기를 잡는다면 못 잡을게 어디 있을까마는 이듬해에 잡을 고기가 없게 될 것이다(竭澤而漁, 豈不獲得, 而明年無魚).

수도권 규제를 완화할 경우 당장의 기업이익은 취할 수 있으나 영원한 해결책이 아닌 임시방편에 불과하며 수도권 과밀집중에 따른 여러 가지 부작용이 심화될 경우 종국에는 그 폐해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수도권에서는 자신들의 발전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대승적 차원에서 균형있는 국가발전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 줄 것을 촉구한다.

더구나 침체된 지방경제에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수도권 규제완화를 주장하며 비수도권 경제기반의 씨를 말리려 한다면 우리의 후손들은 어디에서 희망의 싹을 틔워야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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