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달수 / 충주시 용산동

지난달 27일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중학생 6명이 함께 술을 마신 여중생을 집단 성폭행한 뒤 내버려둬 숨지게 한 소식이 우리 모두를 심한 충격에 휩싸이게 했다. 또한 해마다 대학 신입생 환영회에서, 일어나는 과도한 음주 후 각종 안전사고가 올해도 여전히 반복하여 발생되고 있다.

흔히 어른들은 술 마신 다음 날 "그놈의 술이 '웬수'야!", "내 이제 다시는 술을 마시나 봐라. 다시 마시면 성을 간다"라며 애궂은 술에게 지난 밤 일어난 모든 실수의 책임을 전가 시키곤 한다. 이런 어른들의 변명을 요즘은 중·고등학교 재학 중인 일부 어린 청소년들이 매일 아침 반복하여 외치고 있다.

이제 잘못된 어른들의 음주문화를 닮아가는 청소년의 모습을 비교해 살펴봄으로써 우리 사회의 잘못된 음주 문화를 반성하는 기회로 마련하고자 한다.

그 첫째로 우리는 술을 통해 하나가 되고자 무던히 노력한다는 것이다. 아직도 직장회식·각종 모임에서는 참가한 사람 모두가 술잔에 술을 가득 채워 건배로 시작하고, 중간은 폭탄주를 돌리며 서로가 하나임을 확인한다. 마지막은 항상 탁자 위 남은 술잔을 모두 비움으로써 우리는 하나라고 외친다. 개인의 주량과 건강상태는 입 밖으로 꺼낼 수도 없고 고려대상도 되지 않는다. 이런 어른들의 술 먹는 모습은 청소년들에게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학 신입생 환영회에서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끊임없이 술잔을 돌리며 자신들과 신입생들이 같은 배를 탄 동지임을 확인 시키고 확인하려고 한다. 마지막은 일명 '화합주'라며 남은 술을 모두 한 곳에 섞어 나누어 마실 것을 강요한다.

둘째로, 술 취해 실수한 것을 "술에 취하면 그럴 수도 있지"하는 식으로 봐주기를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풍토이다. 음주 청소년들은 술에 취하면 급격하게 자신을 통제하는 힘이 약해진다. 그래서 친구, 선후배 간 말다툼 끝에 싸우거나 도로에 주차된 차량의 거울을 깨는 등 폭력적인 행위를 하고 또 집단 성폭행 등 강력 범죄를 범하게 된다.

그런데 이들이 처벌 받으면서 하는 말은 어쩌면 그렇게 어른들의 말과 똑같은지 모른다. "나만 음주운전 했나 다 하는데 나만 재수가 없어 경찰에 걸린 거지"라며 투덜대는 어른들의 말과 "젊은 나이에 술 먹고 싸움도 할 수 있는거지", "누구는 술 먹으면 실수 안하나, 같이 술 마신 여자도 책임있지"하며 억지 쓰는 청소년들의 말은 어른들의 궁색한 변명과 쌍둥이처럼 똑같다.

셋째로,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이 영웅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 설 연휴 전북의 한 고교생이 친구들과 함께 생맥주 잔에 소주를 부어 마시다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건설노동일에 종사하는 일부 노동자가 힘든 일과를 잊기 위해 맥주잔에 소주를 따라 마시는 모습을 보고 아마도 답습한 것 같다.

넷째로 기억이 없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요즘 청소년들이 처음 음주를 시작하는 시기는 중·고등학교에 진학을 앞 둔 겨울방학 기간이 가장 많다고 한다. 또 해마다 청소년들의 음주율이 증가하고 있으며 저연령화가 뚜렷하다. 실제 처벌을 받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범죄의 동기를 물어보면 술에 취해 기억이 없다고 말한다. 이는 어른들이 술 먹고 그 다음날 자신의 행동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과 유사하다. 즉 블랙아웃(단기기억상실)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유난히 술에 대해서 개인적이고 관대하다. 이제는 어른들의 술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무절제한 행동을 아무런 여과 없이 청소년들이 모방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특히 중·고등학교 시절 시작한 음주는 성년기에 알코올 중독·알코올성 치매를 일으킬 확률을 높일 뿐만 아니라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대인관계 문제로 국갇사회·청소년 개개인에게 엄청난 책임과 대가를 요구할 지도 모른다.

화개반 주미취(花開半 酒微醉)라는 옛 말이 있다. 꽃은 반 쯤 피었을 때 더 아름답고 술은 덜 취했을 때가 보기 좋다는 뜻이다. 더 이상 술로 인해 우리 청소년들의 생명과 건강이 희생당하는 봄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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