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준회 / 법무법인 '청주로' 변호사
우리는 지금 가족제도의 대변혁기에 살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호주제도에 대해 헌법불합치결정을 한 것을 계기로 새로운 가족제도를 규율한 민법개정이 있었고, 대법원의 판례변경에 의하여 종중에 성년여자도 참여할 수 있게 되는 등 기존 부계중심, 남성중심의 가족제도에서 가히 혁명적인 변화가 있었던 것이다.

# 여성종중원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

특히, 언론에서 '딸들의 반란' 으로 칭한 여성종중원의 인정여부와 관련한 대법원의 판결은 당시 종중내 출가여성의 지위 뿐 아니라 관습의 변화에 따른 종중의 현대적 의미와 재산분배 문제는 물론, 대법원의 기능과 역할 등에 대해 다양한 시사점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법원은 오랜 기간 판례로 인정된 종중에 관한 관습법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공개변론을 시행하고 일반의 여론을 살피기 위하여 설문조사까지 실시하여 국민들의 법의식변화를 반영하는 등 모처럼 정책법원으로서의 제구실을 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지만, 이번 판결이 이미 국회의 민법 개정과 헌재의 호주제 위헌결정 이후에 뒤늦게 나온 '뒷북치기'판결이라거나 당시 수장 교체를 앞둔 대법원이 시민단체와 언론 등으로부터 보수성에 대한 비판과 개혁 요구를 받게 되자 이에 대한 방어 차원에서 이 판결을 했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공존했었던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부계 혈통 중심의 기존 종중 문화는 우리사회의 환경과 국민의식의 변화로 더 이상 존립하기 어려우며 남녀평등 원칙의 문화가 사회관습으로 새롭게 자리잡았다는 사실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대세로 보인다.

# 진정한 평등은 합리적인 차별을 인정하는 것

그런데 상담을 해보면 종중원 사이 또는 형제간의 재산상 분쟁은 대부분 개발호재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였거나 토지가 수용되어 목돈이 분배되는 지역에서 발생한다.

평소에는 조상의 시제는 물론이고 부모의 제사조차 참여하지 않던 종중원들이나 딸들이 갑자기 나타나 자신의 몫을 요구한다며 여성들에게 종중 재산권을 인정하면 종중재산 보호와 유지는 어렵고 여성들에게 제사 의무 등을 요구하기는 어려워져 결국 앞으로 종중은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하는 이들을 자주 본다.

종중은 그 개념상 '공동선조의 분묘 수호와 제사 및 종원 상호간 친목도모'를 위한 단체이어서 외관상 '권리'보다는 '의무'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구체적인 분쟁에서는 그 권리(결국 재산권)만이 문제되고 있어 씁쓸한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종중재산 분배시에 출가여성종중원보다 세대주인 남성종중원들에게 더 많이 분배하도록 종중에서 결의한 것이 부당하다고 제기된 소송에서 "성과 본이 같은 후손을 중심으로 구성된 세대와 여자 후손으로 다른 종중원과 결혼해 다른 종중의 후손을 낳아 구성된 세대를 차등화한 것은 부계 혈족을 중심으로 구성된 종중의 특성상 합리적인 범위 내라면 허용될 수 있다"는 하급심판결이 더욱더 현실적이고 참신해 보인다.

똑같은 것을 다르게 대우하는 것이 부당하듯이 다른 것을 똑같이 대우하자고 하는 것도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다. 우리가 지향하는 평등은 절대적, 무차별적인 평등이 아니라 사회평균인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합리적인 차별이 허용되는 상대적인 평등이기 때문이다. 김준회 / 법무법인 '청주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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