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기섭 / 대전지방국토관리청장
건설산업이라고 하면 노가다, 불도저식 개발, 비리, 환경파괴 등 부정적인 면을 연상하게 된다.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60∼70년대 계획경제 시대를 거치면서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우리에게 있어 건설산업 만큼 국가발전에 기여해온 분야도 없다. 우리 건설산업은 6.25 전쟁을 거치면서 불모지나 다름없던 이땅에 도로, 산업단지와 같은 경제발전의 인프라 구축은 물론 주택·도시개발 등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에도 기여하였으며, 중동지역의 건설로 벌어들인 외화는 국가성장의 주춧돌이 되었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부정적 인식이 자리하게 된 데에는 개발논리 하에서 밀어붙이기식으로 일관해 온 일하는 방식이나 발주자, 원도급, 하도급 등 다단계 구조하에서 만연해왔던 부조리 관행에 기인한다. 건설산업과 유사한 수주산업인 조선산업의 경우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수주 물량의 38.5%를 점유할 정도로 급격히 성장해왔지만, 건설산업은 업체의 난립과 기술개발을 소홀히하고 폐쇄적 사고로 일관해온 결과 부가가치율이 전체 산업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침체에 빠져있다.

건설산업이 과거에 비하여 그 역할이나 비중이 축소되고 침체되어 왔다 하더라도 아직 전체 취업자의 8%, 국민 총소득의 9.5%를 차지하는 중요한 산업이고, 인류가 생겨난 이후부터 먹고 자고 움직이는 모든 것과 관련되는 생존의 필수산업이자 최장수 산업인 건설산업을 포기할 수는 없다.

또 부존자원 없이 수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 년간 4조6천억 달러('06 기준)라는 막대한 매출규모를 갖는 해외 건설시장은 여전히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다행인 것은 2003년 해외 건설수주액이 37억달러로 최저점을 찍은 이후 작년 400억 달러를 수주하였고 금년에도 8월까지 약 350억달러를 수주하는 등 해외 수주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의 비우량 주택 담보대출(sub-prime mortgage) 부실여파로 세계 경기 침체와 국내 경기 동반하락으로 걱정이 많은 상황에서 경기를 부양하고 고용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건설산업의 활성화가 어느때보다 절실하다. 건설분야는 10억원을 투자하는 경우 18.7명의 취업을 유발시켜 제조업 12.1명보다 월등히 높을 뿐만 아니라 소비지수 등 체감경기에 빠르게 반영되는 건설사업의 특성으로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현대적 의미의 건설은 단순히 구조물을 만들어 내는 토목이나 건축의 개념이 아니고 플랜트 산업의 예에서 보듯 기계, 설비, 건축 등 여러 분야가 복합된 창조와 조화의 장이다.

사양산업으로 취급받고 있는 우리의 건설산업이 재도약하여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설계, 건축 등 건설의 과정뿐만 아니고 생산해야 하는 시설물도 정보기술(IT)과 생명공학 기술(BT) 등 첨단기술과 접목된 융합적인 기술로 발전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IT, BT 등 연관 산업이 자유로이 드나들수 있도록 하는 개방적 자세와 기술개발, 투명한 건설문화 창달, 규제의 효율적 정비를 통한 세계적 표준에 맞는 제도를 정착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세계로 관심을 넓혀 기술의 공동개발, 정보의 공유, 해외시장 공동진출 등 실질적 상생협력 체계를 구축하여야 한다.

무한 경쟁의 국제화 시대에 우리 건설산업의 미래는 기술력, 적극적 사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충실한 제도에 의해서 결정될 수 밖에 없음을 강조하고 싶다. 송기섭 / 대전지방국토관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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