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종렬 / 충북교육사랑회장
새해 벽두부터 정부와 기업들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감행하는 것은 물론 국민들도 허리띠를 잔뜩 졸라매고 두 팔을 걷고 나서는 등 경제살리기에 동참하고 있다. 이제 우리 교육자들도 한번쯤은 우리의 교육현실을 짚어 볼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공교육이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와 '교사는 있으되 스승은 없다.'는 비아냥을 마냥 한탄만하고 있을 때는 아닌 것 같다.

그 옛날 참으로 가난했던 시절, 우리 선생님들은 정말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참으로 열심히 가르쳤다고 생각된다. 비록 흙벽돌 교실에서도 조금도 불평하지 않고 쥐꼬리만한 봉급도 제때에 받지 못하면서도 오로지 자긍심으로 교단을 지켰다.

혼자 하숙집 희미한 호롱불 밑에서 밤새도록 등사원지를 긁고 이튿날 아침 일찍이 출근해 손과 얼굴에 시커멓게 등사잉크를 묻히면서 밀어가지고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곤 했다. 입에 풀칠도 하기 힘든 그 시절, 무엇을 바라고 그랬겠는가. 그러니까 사회에서도 선생님들에게 정신적인 대우와 존경을 보냈던 것이 아니었던가.

오늘날처럼 교직을 한낱 생활수단으로 보는 시각위에서는 스승된 멋이나 의미를 느낄 수 없다.

사회는 다양해지고 급변하고 전문화·정보화 되고 있다. 그런데 아무런 준비도 없고 자신도 없는 텅 빈 주머니로 아이들을 만난다는 것은 어쩌면 영혼의 살인인지도 모른다. 어제 마련해 놓았던 해묵은 얇은 지식을 가지고 옛날에 체험했던 몇가지 매력 없는 이야기와 방법으로 적당히 얼버무린 적은 없었는가 반성해 보자.

담임교사는 교실에 들어가면 절대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다. 혹시 아이들은 입을 못 열게 해놓고 내말만 들으라고 강요하며 그 발랄한 아이들의 기를 꺾어 놓지 안았는지 한번 살펴보자.

어쩌면 나는 참으로 행복한 교사였는지도 모른다. 그 옛날 초임교사 시절, 음악시간 전교에 한 대뿐인 풍금을 교실로 운반해 서투른 솜씨로 탄주를 했는데도 아이들은 마냥 즐거워하며 선생님을 한없이 존경했다. 당시는 풍금을 만져본 아이가 없고 학원도 없던 시절이라 가능했던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피아노는 물론이고 컴퓨터, 영어 등 교사보다도 더 우수한 아이도 있어 교사들은 부단히 노력하지 않으면 그 자리를 지키기가 점점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된다.

교사는 특수한 상황이 없는 한 정년이 보장돼 있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교사들도 타 직종에 비해 승진 등 보상의 기회가 별로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결국은 교직에 오래 있다 보면 타성에 젖어 연구하지 않는 교사, 게으른 교사로 낙인이 찍히는 경우가 간혹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사람이 대접을 받으려면 희소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소수 정예의 능력 있는 사람이 교사가 되어야 할 텐데 십여년 전 갑작스런 정년단축으로 인해 교사가 모자라 야단법석을 떨지 않았던가.

오늘날 학부모에 대한 교사의 권위도 심각하게 도전을 받고 있다. 학부모도 교사와 같이 고학력 추세인데 이제 전문성을 축적하지 않으면 존경받는 교사가 되기 어렵다. 그러므로 새해에는 모든 교육자들이 자기변신을 위해 부단히 연구하고 노력하는 윤리관을 확립하는 것만이 스승존경풍토 조성의 지름길이라고 확신한다. 유종렬 / 충북교육사랑회장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