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식 충북대교수 '청원군 지명 유래' 출간

충북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김진식 교수가 '청원군 지명 유래'를 출간했다.
김 교수는 현재 2읍 12면으로 구성되어 있는 충북지역에서 큰 군(郡)인 청원군 전 지역을 1년여 동안 현지 조사를 거쳐 지명 자료를 수집했다.

청원지역 내의 행정마을과 자연마을 이름은 물론 산, 들, 골짜기, 시냇가 이름과 기타 소지명 등의 모든 자료를 수집하는 동시에 그 곳에 존재하고 있는 민간어원적 유래를 정리 소개하고 있으며, 최종적으로는 국어의미론자의 입장에서 하나하나 그 마을 유래를 밝히고 있다.

예를 들어, 북이면 서당리는 본래 청주군(淸州郡) 산외이면(山外二面) 지역이었다. 1914년 일제의 행정구역 통폐합 정책에 따라 남향리, 지천리, 성동, 서당리, 토산리, 소롱리 일부를 병합하여 서당리라 명명하고 북이면에 편입됐다.

청주에 물맛이 후추(椒) 맛과 같다고 하여 초정(椒井), 초수(椒水)라고 불려진 청원군 초정리 일대 전경. '초수'라는 말이 문헌에 처음 등장한 것은 '세종실록 권 103'이다. 서당 1리는 서당리의 대표적인 마을로, 오늘날 '조내' 또는 '서당'으로 부른다. 여기서 '서당리'는 과거 서당이 있었기에 붙은 지명이다. 그러나 '조내'의 어원은 무엇일까? 김 교수는 북이면 지명을 조사하면서 마을 몇 사람들로부터 조내는 조우내에서 왔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이 곳은 삼국의 접경지로, 예전 조우전(遭遇戰)을 치룬 곳이라는 것이다. 조우전이란 '두 편의 군대가 우연히 만나 싸우는 전투'를 말한다. 주변에 여러 산성이 있고 역사적인 사실로 미루어 볼 때 제기됨직한 설명이다. 그러나 김 교수는 이 '조내'가 '순천김씨 묘 출토 간찰'에 기록되어 있음에 주목했다. 이 간찰은 1977년 인천채씨(仁川蔡氏) 무이(無易)의 계배(繼配·죽은 후실의 높임말) 순천김씨의 묘에서 출토 되었다. 당시 북일면 일대는 청주국제공항 건립의 역사가 시작되어 순천김씨묘도 이장하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다른 부장품과 함께 간찰 192장이 출토된 것이다. 간찰은 발신자와 수신자가 여럿이므로 쓴 시기를 정확히 말하기는 어려우나 대략 1550년~임진왜란 전으로 추정된다. 이 중 채무이가 부인 순천김씨에게 보낸 '그렇거니와 어렵게 여기면 마소. 배로 가겠네. 다시 다닐 사람이 있을 것이고 어제 와서 조내에 와 자고 쇠내로 간다. 숨이 차고 바빠 잠깐. 이월 이십일 조내에서'라는 간찰에서 쇠내와 함께 조내가 등장한다. 여기서 '종이를 만들던 내'라는 것이 조내라는 마을 이름으로 바뀐 것이다. 또 41번 간찰 '생원에게는 말하지 말며 사위들과 남들에게 다 이르지 말며 너희만 보아라. 종이장을 얻어 쓰지 못하겠구나', 132번 간찰 '또 순이의 어머니 조판서 댁에 종이 봉사 갔는데 분경 두려우니 서방님에게 일러 전하되 오세정이를 불러 전하면 의심 없으니 섣달 전에 전하여라'에서도 종이를 말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또다른 예로 현도면(賢都面) 노산리(魯山里)의 지명을 살펴보면 노산리는 본래 문의군 일도면 지역이었다. 1914년 일제의 행정구역 통폐합에 따라 용방리, 노동리, 노서리를 병합해 노산리(老山里)라 명명하고 현도면에 편입됐다. 路路山里(노로산리)→老東里·老西里→老山里→魯山里로의 변천과정을 보여주는 노산리의 한자 老가 魯로 바뀐 것은 무엇 때문인가?

노산리의 옛 이름은 노루미이다. 노루미는 본래 '마을 뒤에 동서로 길게 늘어진 산줄기'를 말한다. 노루미라는 산줄기 밑에 형성된 마을이라서 노루미가 된 것이다. 노루미는 놀미로 소급한다. 놀미에 조음소 '으'가 붙어 노르미가 되고 노르미의 모음이 변동해 노루미가 된 것이다.

최초의 어형 '놀'은 형용사 '놀다'의 어간이고 '미'는 산을 뜻한다. 따라서 '路', '老'는 1자로 음차하거나 '미'는 '山'으로 훈차하여 표기한 것으로 노루미의 본래 의미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다만 의미상 늙을老보다는 노나라魯가 더 지명으로 좋다는 여론에 따라 한자표기가 바뀐 것이다.

이 책은 4×6배판 1천150쪽으로 수록 내용이 워낙 방대하다 보니, 우리나라의 타 시군 지명 유래를 밝힐 때에도 대부분 이 범위 안에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어 일종의 지명 어원사전으로서의 역할도 기대되고 있다.

김 교수는 "그동안 목록수준이었던 기존의 지명유래 작업을 학문적으로 체계화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민간어원적 유래와 국어의미론적인 설명을 곁들여 집대성한 이번 작업이 타지명 지명유래의 표본이 되고 우리 조상들의 언어, 생활, 문화, 경제가 그대로 녹아있는 문화유산인 지명을 바르게 이해해 이것이 지역주민들의 애향심 고취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청원 북이면 석성리가 고향인 김 교수는 '북이면지(2002)' '내수읍지(2007)' 등의 집필위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중원언어학회 고문과 한국국어교육학회 부회장, 국제언어인문학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 송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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