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우 / 충북도교육위원
오늘은 대뜸 도발적인 제목을 달고 글을 시작한다. 당신의 전국석차를 생각해 본 적 있는지. 몇 등짜리 교장, 몇 등짜리 정치인, 몇 등짜리 기자…. 혹은 우리 집이나 교회는 전국 몇 등짜리인지….

당연히 없을 것이다. 매길 필요도, 방법도 없고 실제로 매기는 일도 없으니. 혹, 방법이 있다면 어떨까. 전국석차를 낼 수만 있다면 그것이 자기 능력계발이나 인품형성, 또는 정체성확립에도 도움이 될까. 글쎄다. 운동경기나 경시대회쯤엔 있을까. 기록을 재는 대회라면 가능도 하고 필요도 할 것 같건만…

하지만 역시 없다. 관련자나 팀을 전국단위로 일제히 일렬종대로 세우는 일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있거든 제발 알려주기 바란다.

굳이 그 예를 찾아보려는 이유는 '일제고사' 때문이다.

정부가 그토록 집착하는 그 시험의 필요성이나 근거를, 유사사례 속에서나마 찾아볼 수 있을까 해서다. 일제고사에 모든 학생을 응시케 하지 않았다 하여 7명의 교사들에게 '성추행 교사'보다 더한 극형(해임·파면)을 내렸다면, 그 이상의 교육적 의미는 필히 있어야 할 것 아닌가.

그 교사들에게는, 단지 직무태만이나 지시불이행으로 징치할 수 없는 교육적 고민과 소신이 있었다.

그것은 일제고사가 효과보다 역기능이 크다는 판단이었다. 해서 학생들에게 '일제히' 응하도록 강제하지 않았을 뿐이다. 담임서신으로 학부모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어 몇 명에게 체험학습을 하게 한 것뿐 아닌가.

그렇다면, 일제고사로 전국석차를 매겨 보려는 이 정부의 우격다짐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알려진 취지는, 전국단위 성취도 비교를 통해 학력을 높이고 학습방법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자극이나 성취동기를 주면서, 개인과 학교 간의 경쟁기제로 쓰겠다는 것이다.

한데, 과연 우리교육이 경쟁기제가 부족해 경쟁력이 떨어지던가. 입시지옥이라 불리는 우리의 과잉 경쟁교육 풍토는 이미 국제적으로 우려를 넘어 조롱까지 받을 정도다.

지나친 경쟁조장은 절대다수 학생들에게 (성취동기보다 더 중요한) 자아존중감을 떨어뜨리고 경쟁력을 갉아먹는다는 것이 국제교육학계의 정설이다.

실제, 얼마 전 경기지역 설문조사에서도, 일제고사의 교수학습개선 기여도에 80.5%, 학력향상 기여도에 87.9%의 교사들이 부정적인 응답을 보였다.

그럼에도 석차위주 경쟁교육을 부추기는 곳은 또 있다. 입시업계다. 수년전 '대입수능'의 전국석차를 없앴음에도, 사교육업체들은 누적분포(%) 합격선으로 계속 대학을 줄 세워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석차 콤플렉스'를 부채질한다.

그래서 전국석차를 각인시키는 모의고사에 의존케 하고, 끊임없이 학생들의 열패감을 부추기면서 자기네 잇속을 채운다.

그런 점에서 이 정부와 교육당국은 그들과 거의 동업자 같다. 기가 막히게도 한통속이다. 오죽하면 서울시 공(孔)교육감을 '사(私)교육감'이라고 부를까.

정부에 바란다. 제발, 세상살이 어디에도 유례도 없고 쓸모도 없는 '전국석차놀음'으로 더 이상 아이들을 잡도리 하지 말라.

이 땅의 미래까지 족치려는가. 내쫓은 교사들도 당장 아이들 곁으로 돌려보내라. 김병우 / 충북도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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