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성룡 / 법무법인 '청풍로펌' 변호사
미네르바 라는 필명으로 우리나라 경제에 관한 비관적인 전망을 제시하고 정부 경제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 세상을 뒤흔들었던 인터넷 논객 박모씨가 지난 1월9일 구속됐다가 4월20일 제1심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선고받고 석방됐다.

미네르바 사건과 관련해 전개된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그의 글이 미친 사회·경제적 파장 못지않게 일련의 사법절차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과 관련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할 것이다.

지난해 말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세계적 경제위기로 인해 국내 주가 및 부동산 가격 추락, 환율 급등 등 국내 경기가 극도로 침체되는 불확실한 상황속에서 국민들의 불안심리가 증폭됐다. 이같은 상황 속에 박씨는 우리 경제에 대한 비관적 예측과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수십 건의 글을 인터넷 사이트에 올렸고, 미국의 투자은행인 리먼브라더스의 파산, 2008년 하반기 환율 급등에 대한 예측이 우연히 맞아떨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그를 '경제대통령' 으로 부르며 정부 당국이나 경제전문가들보다 그의 글을 더 신뢰하기에 이르렀다.

갑작스러운 경제위기로 인해 국민들이 불안 속에서 동요할 때 정부는 정확히 문제를 진단하고 이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제시, 이에 입각한 일관된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함에도 불구, 이를 실기(失機)함으로써 국민들은 정부를 외면하고 정확하지도 않은 풍문 수준에 불과한 미네르바의 글에 좌지우지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만들어낸 정부 당국자들이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급기야 검찰은 그를 전기통신법 제47조 제1항의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죄'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해 법원은 구속영장을 발부하기에 이르렀다.

검찰은 박씨를 2008년 7월 인터넷 사이트에 '정부가 외환 예산 환전 업무를 8월 1일부로 전면 중단하게 됐다'는 내용, 같은 해 12월29일 '정부가 주요 7대 금융기관 및 수출입 관련 주요 기업에 달러 매수를 금지하는 내용의 긴급공문을 전송했다'는 내용의 글에 대하여 전기통신법위반죄로 기소하기에 이르렀고, 이에 대해 제1법원인 중앙지방법원은 '허위사실에 대한 인식'과 '공익을 해할 목적'에 관해 증명 부족을 들어 지난 4월20일 무죄를 선고했고 박씨는 석방됐다. 이와 관련 일부에서는 박씨를 구속한 검찰에 대해 반성을 촉구하고 무죄인 사람을 왜 장기간 구금하고 재판을 했느냐는 항의성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사법절차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우선 박씨에 대해 아직 무죄가 확정된 것이 아니며 제2, 3심을 통해 최종 유·무죄 여부가 가려질 것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또 형사소송법상 구속사유는 '범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주거부정', '증거인멸' 또는 '도주우려'가 있어야 하는 바, 구속영장의 발부여부는 이런 구속필요성에 대해 판단하는 것일 뿐 결코 유·무죄 여부를 심리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구속됐다가도 재판을 통해 무죄가 선고될 수도 있고, 역으로 불구속상태로 재판을 받다가 유죄판결이 선고돼 법정구속될 수도 있는 것이며, 이는 현행 형사소송법상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구속됐다가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 국가가 그 손해를 보상해주는 형사보상제도 등의 사후적 구제제도도 있다.

미네르바와 관련된 일련의 사태를 통해 법치주의의 근간인 사법절차에 대해 일부 잘못된 인식과 이에 터잡은 사법부 독립을 훼손하는 행위는 삼가되어야 할 것이며, 정부나 사법부 역시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민들의 신뢰회복을 위해 각고의 노력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류성룡 / 법무법인 '청풍로펌' 변호사 r2846425@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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