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상영 / 청주대 교수
중소기업의 영업사원들이 받는 고통의 대부분은 대기업 구매자들에게서 받는 프라이버시 침해이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25년이나 넘었지만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로 인한 중소기업의 피해는 줄지 않고 있다. 실제로 대기업이 대부분의 유통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불공정거래를 법으로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도 든다. 전문가들은 이를 해결할 방법은 문화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가장 첩경이라고 생각한다. 즉 인문학적 측면에서 사람과의 관계를 연구해야 하는 것이다. 영업하는 분들은 시간을 충분히 투자하면서 고객에 대한 소중한 사랑을 보이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러면 소중한 사랑은 무엇인가. 출처도 없는 소설로 생각해보자.

옛날 시골마을에 소년 영과 소녀 섭이 살았다. 둘은 성장을 하면서 서로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이가 됐다. 오랜 시간동안, 영은 섭의 손을 한번도 잡아보지 못했다. 영은 섭이 혹시라도 뿌리치고 싶은 마음이 생길 까봐, 그 고통마저도 주고 싶지 않아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노래 가사와도 같이 이들은 헤어지게 된다. 그리고 26년의 세월이 흘러 두 남녀는 우연히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들의 앞으로 미래는 어떨까. 청산별곡 가시리의 '선하면 아니올세라' 시구(詩句)를 생각하면 알 수 있다. 이들은 보편적 가치의 인간들의 사랑과는 다른, 영원히 사랑할 수 있는 숭고한 사랑을 선택했으므로 이들에게는 이별의 고통은 없게 된다.

삼류 소설 같지만 영과 섭의 관계에 있어서 소중한 사랑이 남겨준 것이 무엇인가가 중요하다. 영이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보편적 사랑을 했다면 이들이 1차적으로 헤어질 때 영원히 끝나는 것이었다. 그러나 플라토닉 러브 같은 분위기에 숭고한 사랑의 주인공으로서 헤어진 것이므로 영원히 함께 가는 시간 속에서 티끌 같은 공백이었을 뿐, 이들이 헤어진 적은 없는 것이다.

영업사원이 고객을 아카페적 사랑을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에로스 사랑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사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영업사원은 영과 섭의 관계와 같이 고객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영업사원일지라도 고객에게 당당해진다. 자신이 제안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껴 혹시라도 떠날까봐 함부로 제안하지 않고, 찾지 않으면 날 잊을까봐 촘촘히 찾아가는 그런 불가근불가원 고객관리를 해야 한다.

처음 만나 말을 트고 형님, 동생 호칭하는 관계를 보자. 당장은 좋아보여도 대부분은 오래가지 못한다.

그러나 긴 세월동안 서로 존대하는 친구, 또는 부부들을 보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그 관계가 오래 지속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례가 아주 작지만 상대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데서 오는 소중한 사랑이라고 보여진다.

어느 영업사원은 고객은 언제나 자신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그래서 고객에게 사소한 것 하나라도 쉽게 접근하지 않았고, 5년이고 10년이고 변함없이 기다린다고 한다. 그녀는 S보험사의 최고의 보험왕이 됐다. 영업사원은 헤밍웨이의 말처럼 자신이 소비한 그 많은 시간이 자신의 소중한 시간과 다시 만나기위한 아주 긴 우회로였다는 것을 인식하면 된다.

불가근불가원을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갑자기 교통사로로 입원한 친구에게 꽃을 들고 병문을 간다면 그는 여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 진정한 사랑은 꽃이 아니라 마음이기 때문이다. 영업사원은 물질에 연연하지도 말고, 정신에 연연하지도 말고, 그 집착, 즉 영업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져야한다. 진심으로 그래야만 영속적 영업을 할 수 있고, 신뢰받는 영업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오상영 / 청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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