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상영 / 청주대 교수
작년 말 한국 경제 부양을 위한 화두는 단연 4대강 개발과 예산 조기 집행이었다. 이러한 정책은 상당한 과학적 지식(Knowledge)과 지혜(Wisdom)의 결과일 것이다.

특히 예산 조기 집행은 각 지자체, 공공기관이 성과지표로 내세워서 추진할 만큼 적극적으로 추진되었다.

이러한 정책이 비단 우리나라만 추진한 것은 아니지만 정보와 지식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돈을 풀어 경기부양을 시작한지 6개월 정도 지났고, 이제 하반기부터는 갈림길이기 때문에 지혜를 발휘해야 할 시기가 왔다.

먼저 2008년도 상반기(109조원)보다 50조원이 많은 160조원(전년도 대비 150%수준)을 풀었으니 적지 않은 경기부양책이다. 그러나 이론적으로 틀리지 않는 경제정책이지만 이들 효과가 특별히 나타나지 않는 것이 불안을 감추지 못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년도 대비 150% 수준의 자금을 투입했다면 대기업의 회사채 발행 또는 시장 구매력 등이 살아나면서 자금 시장 경색이 풀려가는 모습이 보여야 하는데 그러한 현상이 뚜렷하지 않고, 가계대출비율만 높아졌다는 보도만 있다.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50조원이 줄어든 112조원 수준의 투입이 예상되고 있다.

최근 잇따른 경제성장률, 선행지표가 호전되었다고 매스컴 자료가 나오고 있지만 미국, 일본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오히려 한국 경제는 위축될 경우도 배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의 강력한 지도력이 경제를 받치고 있는 형상으로 정치적으로 버틸 수 있는 힘을 이미 갖고 있으며, 일본은 역시 기업의 활발한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 경색을 풀어가는 형국이다.

또한 중국은 자국의 상당한 소비력이 버티고 있으므로 우리나라보다는 안정된 느낌이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굵은 선이 그려져야 할 것인데 민간이 느끼는 정책 신뢰가 낮은 것이 안타깝다. 벌써 시장에는 7월 위기설이 나돌고 있다.

우리 정부는 점쟁이처럼 나부대는 사람들의 위기설에 현혹되지는 않겠지만 지식과 지혜를 발휘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야 할 것이다.

현 정부는 청와대에 워룸(War Room)을 만들고 경제 테스크포스팀을 운영한다고 했다. 그러한 조직에서 해야 할 일이 바로 지식의 집중과 지혜를 내 놓는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정부가 내놓는 경제 정책의 장애요인인 북핵 문제, 환율 문제, 고유가 문제, 노사 문제 등은 이미 수십년동안 겪어온 소재가 아닌가. 해마다 똑 같은 소재로 경제 발목을 잡는다고 하는 것은 지혜가 부족한 것이 아닌가 싶다.

돈을 풀어 경기부양을 시도한 국가가 한국만이 아니었던 것처럼 하반기 경제 정책도 예상되는 것이 많다.

상반기 돈을 풀어 경기부양정책을 쓴 국가 중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국가는 이제 유동성 관리에 들어가면서 오히려 유동성 회수가 가능해질 것을 예상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한 국가는 지속적으로 풀어 나갈 것이고, 우리나라가 어느 수준을 유지하는냐에 따라 기회도 오고, 위기도 올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국제 동향을 보면 미국, 일본, 중국 경제가 우리나라보다는 경기부양 속도가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는 한국의 경제 지표가 상대적으로 좋다고 하지만 지표와 동력은 차이가 있다. 미국의 정치력, 일본의 기업 경쟁력, 중국의 소비력을 보면 우리나라는 복잡한 시나리오로 대비해야 할 것이다.

국내의 경제전문가들이 잘 하겠지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대하고 싶은 것은 이미 예상되어 있는 악재를 슬기롭게 피하고, 국민이 우려하는 목소리를 경청하였으면 한다.

오상영 / 청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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