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자 신종플루 검진현장 르포가는곳마다 안내문 없고 떠넘기기 급급

3박 4일간의 일본 오사카 출장을 마치고 24일 귀국한 A씨(29·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다음날 아침 일어나 보니 몸에 열이 나고, 평소 알레르기 비염을 감안하더라도 재치기가 심했다.

출국전 워낙 신종 플루 걱정을 한 터라 덜컥 겁이 났다. 출근 시간이 늦을 것 같아 회사에 전화를 하니 "약국에 들러 마스크를 한 뒤 출근하라"는 말에 이어 "아예 출근을 안해도 좋으니 진료를 먼저 받으라"고 재차 지시를 받았다. 〈관련기사 3·4면〉

낭패스럽기도 하지만 동료들 전염을 차단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갖고 청주흥덕구보건소를 찾아갔다.

오전 9시 40분 보건소에 도착하니 몇 명의 대기자가 있었다. 15분을 기다려 검진을 받으니 지난 21일부터 보건소에서는 개인검진을 하지 않고 단체만 접수 받는다는 답변이다.

안내문 하나 없이 접수를 거절당해 기분이 상했지만 이게 시작일 줄이야.

개인병원으로 가서 검사를 받으라는 퉁명스런 말 외에 대꾸조차 않는 보건소 직원의 태도에 당황스러웠다. 자신에게 옮을 우려 때문일까.

오전

 

 
 
▲ 격리 조치된 확진환자25일 청주시 모 병원에 신종플루 확진검진 양성반응으로 일부 환자들이 격리되어 있다. / 김기태
 

10시가 넘어 인근 제법 규모가 큰 개인병원을 찾았다.

접수 후 20분을 기다려 들은 답변은 신종플루 지정병원이 아니라며 다른 지정병원을 알려줄 뿐이다. 역시 안내문 하나 붙어 있지 않았다.

돌고 돌아 신종플루 지정병원인 충북대학교 병원을 찾아가 접수를 하니 앞에 35명의 대기자가 있었다. 20분을 기다려 신종플루 검진을 받으러 왔다고 말하니 이번엔 응급실로 찾아가서 접수하라고 한다.

응급실 끝에 만들어진게 신종 플루 진료소이다. 통행제한이라고 써 놓은 커튼 뒤에 3명의 신종플루 확진 검사대기자들이 마스크를 쓰고 기다리고 있었다. 대기실 앞에는 격리실에 2명이 격리된 모습이 보였다. 신종플루 감염에 대한 불안감이 몰려왔다.

얼마 뒤 간호사가 해외여행 유무를 물어보며 귀에 체온계를 대고 체온을 재었다. 간호사는 열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10분뒤 의사가 오더니 타액을 채취한 뒤 한 시간 뒤 검사결과가 나온다고 했다. 함께 진료를 받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눴다. 고시원생인 노모(24)씨는 외국에 다녀온 경험없이 감기증세가 나타나 검진을 받으려 왔다고 전했다. 다른 고등학생은 중국을 다녀온 후 약간의 감기증세를 보여 학교 선생님 지시로 검진을 받으러 왔다고 다소 퉁명스런 말투다. 중학교 2학년 이 모양은 외국에 다녀오지 않았지만 감기증세가 생겨 아버지와 함께 검진을 받으러 왔다고 했다. 모두가 걱정스런 표정이다.

12시를 넘겨 나온 검사결과는 '음성', 인근 내과에서 감기 치료를 받으라는 설명이다.

신종플루 검진 위해 들어간 비용만 건강보험 적용없이 7만950원. 병원과 병원을 오간 시간만 4시간이다.

안내문 하나 없어 여기저기 헤매고, 불친절한 의료진 태도를 억지로 참아내며 분한 느낌마저 들었다.

신종플루가 전국으로 확산 되고 있으나 손만 씻으라는 확실한 예방책만 강조될 뿐 의심환자들이 진료과정에서 겪는 불편과 불안은 아직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 박익규·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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