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 청주 수동달동네 '독거노인 겨울나기'

연일 영하 10도 이하의 극심한 추위가 한풀 꺾인 16일. 찾아오는 이 없이 외로이 생활하고 있는 독거노인들의 마음속 추위는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

이날 오후 2시께 청주지역 대표적인 달동네인 상당구 수동의 언덕길을 올랐다. 조금 풀린 날씨에 따뜻한 햇볕을 쬐기 위해 외출을 한 어르신들을 쉽게 마주칠 수 있었다. 몇 겹씩 옷을 껴입었는지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한채 양지 바른 곳에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는 어른신들 사이에서 겨울나기 이야기를 들었다. 유독 추운 올 겨울 날씨와 잦은 눈으로 인한 빙판길은 어른신들을 더 외롭게 만들었다.

이웃집을 오가며 마실을 다녔던 좁은 골목길은 10cm이상 내린 눈과 빙판길로 변한 가파른 골목길이 어르신들의 발길을 꽁꽁 묶어놨다.

부인과 사별하고 혼자산지 40년이 되었다는 박봉만(가명·74)할아버지는 만나는 어르신들에게 "오랜만이네"라며 반갑게 인사를 한다. 이어 "하루종일 방에 누워만 있었더니 어찌나 심심한지…, 좋아하는 막걸리도 한잔 못마셨다"며 이웃지간의 정을 나누지 못하게 한 폭설과 한파를 야속해 했다.

자전거에 짐을 실고 오던 김상남(가명·70)할아버지는 "오랫만에 육거리시장에 가서 장구경도하고 찬거리 샀다"며 "반찬이 떨어졌는데도 빙판때문에 밖을 못나가 밥만 먹고 지냈다"고 말했다. 이내 김 할아버지는 자전거에서 막걸리와 반찬 하나를 내려 놓는다.

독거노인들의 겨울 준비는 가을부터 시작된다.

겨울내내 좁은 방을 따뜻하게 만들어줄 연탄마련이 끝나야 마음편히 겨울을 맞을 수 있다.

윤숙자(가명·72) 할머니는 "늦가을에 들어서는 10월부터는 한사람이 겨우 통과 할 수 있는 대문을 쳐다보고만 있어…. 나이가 들어 연탄을 들고 가파른 언덕을 오를 자신이 없어 젊은사람들이 배달해주기를 손꼽아 기다리게 된다"고 한다.

이어 어르신들은 올 겨울 준비를 도와준 대학생들과 자원봉사자들을 기억하고 일일이 거론하며 한마디씩 고마움을 전했다.

하지만 이내 어르신들은 강추위로 인한 고통보다 혼자서 보내야 하는 외로움이 더 큰 고통이라고 토로한다. 찾는 발길이 뚝 끈긴 집은 적막감만 감돌아 사람이 무척 그립단다.

한 어른신은 "추위에 빙판길로 변한 가파른 언덕을 누가 찾아오냐"며 "눈이 많이 내린 올겨울에는 사흘동안 사람얼굴을 보지도 못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할아버지는 이어 "명절이라고 와줄 사람도 없는데…. 나이가 으면 가장 큰 고통은 외로움이야"라며 씁쓸해 했다.

/ 신국진인턴기자

skj7621@jbnews.com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