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목?… 예년만 못해요

 

▲ 9일 새벽 설 명절을 앞두고 청주 농수산물도매시장에는 선물로 가장 인기 좋은 과일 경매가 한창이다. 경매사, 중도매인, 매매참가인 등 새벽아침 농수산물 시장은 그들의 열기로 뜨거워지고 있다./ 김기태

 

설 명절을 닷새 앞둔 9일 새벽 5시50분 청주농수산물도매시장. 설 선물로 가장 많이 나가는 과일 경매를 앞두고 경매사, 중도매인, 매매참가인 등 50여명이 몰려있다. 경매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채소는 새벽 4시, 과일은 새벽 6시에 열린다.

첫 시작은 감귤. 시장 내부의 줄지어 쌓인 과일상자들 때문에 감귤경매는 건물 밖에서 진행됐다.

"게르다스끼 게르다스끼 만4천원 13번."

마이크와 컴퓨터가 장착된 이동식 경매대에 올라탄 경매사 연준모(50)씨는 랩을 하듯 경매를 진행한다. 비트있는 진행이 긴장감을 녹인다. 그날의 경매성적은 경매사의 몫이 크기 때문에 열성적으로 진행한 탓에 그는 1시간만에 목이 쉬어버렸다.

"낙찰가가 높고 생산자가 높은 가격을 받으면 저도 일하면서 신나죠. 오늘 경매는 대목치고는 물량이 좀 줄고 가격도 떨어졌어요. 날씨도 안 좋고, 경기도 어렵고, 선거 앞두고 선물하는데 눈치보느라 그렇죠."

숫자가 적힌 남색모자를 쓴 중도매인들은 PDA를 이용해 경매가를 보낸다. 손가락을 이용한 수지식 경매는 옛말이다. 2003년께부터 전자경매로 바뀌었다. 전광판에는 경매사의 낙찰멘팅과 동시에 낙찰정보가 바로바로 뜬다.

중도매인들은 귤을 만져보고 맛보랴 PDA로 경매가를 누르랴 전광판 보랴 손, 눈, 입이 모두 바쁘다. 자신을 '박씨아줌마'라고 소개한 중도매인(53·여)은 이날 남편과 함께 참여했다.

"좋은 물건을 싸게 받았을 때 기분좋죠. 새벽 5시에 나와서 11시까지는 화장실도 못 가게 바빠요. 10년째니 이제 몸에 뱄어요."

낙찰은 5~10초에 하나꼴로 숨가쁘게 진행된다. 낙찰된 과일상자 위에는 낙찰자의 이름이 놓인다.

1시간 남짓 귤 경매가 끝나자 이동식 경매대가 경매장 안으로 들어왔다. 이제 딸기차례. 다음은 사과, 배, 감 순이다. 이 순서는 과일의 신선도 유지를 위한 일종의 룰이다. 중도매인 양승현(57)씨는 30년째 이 일을 하지만 요즘은 즐거움이 줄었다.

"설 대목이요? 예년만 못해요. 경기가 안 좋아서 다들 힘들어요. 이렇게 남들 다 잠잘 때 일해도. 비 오고 날씨가 안 좋으니 다들 편하다고 대형마트로 가잖아요."

최근 과일거래량이 2주전에 비해 42%가량 늘었지만 예년에 비하면 크게 줄었다는 게 전반적 의견이다. 이날 물건을 떼러 온 과일소매상 강경영(43)씨도 경기침체를 체감하고 있다.

"작년 설에는 선물세트 150~200개를 주문받았었는데 올해는 아직 없어요. 마트가 더 비싸고 품질이 안 좋은데도 편하니까 대형마트로 다 몰리죠. 귤 10상자 팔아도 밥 한 끼(1만5천원~2만원) 남아요."

오전 7시30분 가장 인기인 사과경매가 시작되자 다시 긴장감이 감돈다. 20년차 중도매인 임용현(52)씨는 과일을 척 보면 딱 아는 수준에 올랐다.

"좋은 과일이요? 색깔 딱 보면 알아요. 과일도 예쁜 게 맛있어요. 사과는 밝고 붉은빛, 흰점이 많은 게 좋고, 배는 색이 연할수록 좋고 동글납작한 게 맛있어요. 귤은 껍질이랑 알맹이가 딱 붙어 탱탱한 게 좋고, 딸기는 윤이 나는 게 좋은 거에요."

오전 9시 경매가 끝나고 빼곡히 쌓여있던 과일상자들도 듬성듬성해졌다. 이날 경매에 부쳐진 과일은 260톤. 예년 같으면 한낮이 돼서야 경매가 끝났을텐데 이번 설은 물량이 줄어 일찍 끝난 것이다. / 김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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