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전원 前 청주교육장

최근 몇 년새 우리와 함께 이 땅에서 살고 싶어 찾아온 외국인이 백만을 훨씬 넘어 총인구의 2%를 상회하면서 부지불식간에 터 잡은 다문화 사회 정착을 위한 대비를 서두르게 하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국가에서는 우리도 세계 여러 나라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앞장서 세계를 이끌어 가는 세계 속의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국제이해교육을 다양하게 실천해 왔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우리는 '빨리빨리 문화'와 함께 장족의 발전을 거듭하여 이제는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지구의 미래를 함께 걱정하면서 한국 속의 세계를 건설하기 위한 다문화 교육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선진 다문화 국가와는 전연 다른 형태로 너무 빨리 다가선 우리의 다문화 사회는 숫자상의 외형은 갖추어졌을지 모르나 국민의 의식수준을 전제하는 내용면에서는 마련해 놓아야할 일들이 너무도 많다.

당황한 정부에서는 벌써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머지않아 겪게 될 혼란스런 다문화 사회를 대비하여 다양한 채널로 정성껏 노력하고 있으나 미치지 못하는 국민의식수준이 제동을 걸고 있어 새로운 진로를 찾기에 분주하다.

매스컴에서는 긍정적이고 성공적이며, 희망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며, 주도적이고 선도적인 다문화 사회 적응 성공사례를 전달하면서 우리와 함께 살아갈 다문화 사회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평균 이십여 세의 나이 차이도 극복하고 꿈에 부풀어 많은 경비를 들여가며 한류(韓流) 타고 찾아온 이들에게 사랑이 넘치는 인정과 훈훈한 민심은 한류(寒流)가 되어 고향 생각에 부모가 그리우나 쏟아진 물이 되니 체념하고 새 길을 찾느라 고생이 말이 아니란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그리고 초등학교 저학년의 다문화 가정 자녀들은 피부색이 다르고, 얼굴 모습이 이상하고, 말과 행동이 좀 어눌해도 아무 불편 없이 하나가 되어 서로 흉허물 없이 잘 어울려 지내는데, 그 이상의 학년에서는 서로의 차이를 차별과 편견으로 바꿔 따돌림으로 이들을 어렵게 한다.

부모의 한국어 능력이 부족하니 그 자녀의 우리말 활용도 그렇고, 소통이 잘 안되니 학습내용의 이해도 어렵고, 생활 습관과 가정형편의 차이로 친구도 적고, 그 학부모는 자모회의에 참석해도 벙어리요 귀머거리가 된다.

지난해 어느 자치단체 출생신고 통계에서는 한국인 부부의 자녀가 겨우 10%를 넘었다는데, 그 지역 아이들이 몇 년 후 유치원을 거쳐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그 학교는 제대로 된 다문화 어린이들로 가득 찬 한국형의 신종국제초등학교가 될 것이 뻔하다.

일부이겠지만 다문화 가정에서는 사회 일각의 나쁜 소문에 며느리의 활동이 제약되고, 생계유지를 위해 맞벌이를 하려해도 말이 통하지 않아 발길을 돌리고, 한국어 배우려 아이들을 업고 안고 손잡고 센터까지 걸어가도 애기 울음소리에 신경이 쓰여 공부는 안 되고, 그러니 고향집에 용돈 보내기는 엄두도 못낸다.

불법 체류자로 정리돼 취학통지를 받지 못해 학교엘 못 가는 청소년도 수두룩하다는데, 우리의 미래를 위해 그들만 모아서 가르치는 사회단체가 있으나 부족한 재원으로 시작하자마자 속속 문을 닫기도 한다는데 이들이 어디서 무엇을 할지는 짐작이 갈 것이다.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공단 주변의 야간은 음주와 고성방가, 부녀자 희롱, 여학생 추행, 집단폭행, 무전취식, 절도와 금전 갈취 등으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며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려 든다는데 부족한 경찰력은 미치지 못한다.

아직 시작도 못했는데 이런 부정적인 상황만 돌출되고 있으니 함께 살아갈 미래가 걱정스럽기도 하겠지만, 우리의 저력을 믿고 마음 가다듬어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며 열심히 봉사하면서 차근차근 다져 가면 얼마든지 한국형의 새로운 다문화 사회를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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