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전원 전 청주교육장

올 9월부터 학교장 공모제가 전국적으로 시행된다. 1996년도부터 도입해 15년간 시행해온 초빙 교장제도의 운영상 문제점을 보완해 교장 공모제라는 이름으로 무늬만 바꿔 서둘러 시행한다.

이를 위해 지난 2월 관련 법률의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았지만 아직 통과도 못 본 채 서울지역 일부 교장들의 임용과 학교운영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의 응급 개선책으로 좌우 둘러보지도 않고 서울 100%, 지방 50% 이상의 시행을 급히 서두르게 되었다.

교장 공모제를 시행으로 교원 인사비리나 학교운영상 부조리가 근절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교장제도가 있는 한 교원들의 교장 승진 욕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공모를 통해 임용된 교장에 대한 선정위원들의 이해타산적인 요구는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어떻게 보장할 것이며, 공모에서 탈락된 더 많은 교장자격 소지자들의 실추된 사기는 정말로 학생교육에 아무런 영향이 없을까?

그럼에도 교장 공모제 도입의 명분은 시대적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최고 경영자로서의 학교장이 필요하고, 학교 자율화 추진을 위한 학교장의 권한과 책무성 및 탁월한 역량과 전문성이 있는 학교장의 임용이 요청되고 있으며, 교육감에게 집중된 인사권을 분산하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학교현장에선 그렇게 절체절명 한 것으로 느끼지도 않는 것 같다.

더욱이 현행의 교장 승진임용제가 의욕 있고 능력 있는 인재 임용이 곤란하고, 현행의 초빙교장제가 전체 학교 수의 5%로 파급효과가 미흡하며, 환경이 열악한 지역 학교 위주로 초빙교장제가 지정돼 지원율이 낮을 뿐 아니라 경쟁을 통한 유능한 인재를 임용한다는 취지가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고 제시한 문제점도 모든 당사자들의 동의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위에 제시한 명분이 빛을 보고 문제점들이 기대수준으로 개선되려면 우리의 교직사회가 제도개선을 통한 인위적인 변화를 지극히 싫어하는 집단임을 먼저 이해하고 이에 적절한 개선안을 마련하는 것이 더 시급한 일이라 사료된다.

언제부터인지는 잘 모르지만 학교 구성원 대부분은 더 많이 일하고 노력해 높은 보수를 받거나 지위상승을 하기보다는 편안하게 근무하기를 절실히 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장 하나만 유능한 경영자로 교체한다고 해서 긍정적 변화를 기대하기는 그렇게 쉽지 않을 것이다.

교직이 인기를 얻는 것이 훌륭한 인재를 기르는 거룩하고 성스런 일이어서라기 보다는 특별한 과오가 없는 한 육십이 넘어서까지 적지 않은 보수의 일자리가 보장되며, 자녀교육에 많은 도움을 받으니 경제적 어려움도 없으며, 여름· 겨울로 유급의 장기휴가까지 있으니 어느 누가 이를 마다하겠는가.

시급히 개선해야할 것은 바로 이런 근무분위기의 쇄신이다. 낡은 배의 선장을 젊고 유능한 사람으로 바꾼다고 그 배가 금방 새것처럼 성능이 좋아지겠는가. 선장도 중요하지만 배를 새 것으로 바꾸든지 아니면 수선이나 부품 교체를 통해서라도 배의 성능을 향상시켜줘야 선장 교체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내부 공모제나 외부 초빙제도 같은 맥락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상당기간을 학생들과 함께하면서 경험하고 갈고 닦은 교육의 전문성은 학교 경영의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개인적인 능력차를 인정하고 그 능력을 연마 신장시켜준다면 얼마든지 찾아가 배우고 싶은 좋은 학교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교장공모제 시행에 필요하다고 졸속으로 교장자격을 무더기로 부여하는 것부터가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앞장서 공모제의 시행을 불량품으로 만드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번의 교장 공모제 시행이, 몇 년 전에 학급당 학생 수를 몇 명 더 줄여보겠다고 갑자기 교실수를 늘리느라 빚을 져가며 소음과 겨울공사를 감수해야했던 일이 불과 몇 년 되지 않아 학생 수 감소로 교실이 남아도는 상황의 초래와 같은 시행착오는 제발 되풀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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