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현 법무법인 '청남' 대표변호사

천안함사건에 대한 북한의 제재여부를 논의하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에서 우리 정부의 천안함사건 조사결과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는 서신을 보낸 것과 관련하여, 국내 언론이나 시민단체들의 논란이 뜨겁다.

보수언론은 일부 시민의 입을 빌린 조악한 용어로 참여연대를 맹비난하고, 보수단체들은 위 서신발송은 반국가적 이적행위, 국가이익을 해치는 명백한 친북행위 라며 참여연대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기까지 하였다.

급기야 검찰에서는 이번 서신발송에 대하여 국가보안법상의 이적행위, 정부에 대한 명예훼손,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법리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한다.

참여연대 서신논란을 보며, 지금의 정부, 보수언론, 보수단체에서 내세우는 이념, 국가이익을 다시 생각해본다.

지금은 정부의 정책에 반대를 하고,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고, 심지어 정부의 조사결과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여도, 그것은 반국가적 친북행위이고, 국가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고, 국가의 이익을 저버리는 행위가 되는 것이다.

정국의 변화에 따라 수시로 뒤바뀌는 정부, 정권이 언제부터인가 국가, 사회로 돌변하여, 반정부·정권적 비판이 반국가·사회적 범죄가 되는 형국이다.

과거 군사정권시절, 군사정권에 반대하는 민주화운동에 대하여 친북세력의 사회혼란조장 행위로 호도하고, 국가보안법·집시법 등을 적용하여 민주세력을 사법살인하고 탄압하였던 잘못을 또다시 범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대목이다.

전체주의적 호도, 정권일변도적 편향, 파시즘적 광기는 종국적으로 국가, 시민사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국가와 시민사회를 망치는 길임을 우리는 20세기 나치즘, 군사독재정부, 공산권 붕괴의 역사를 통하여 경험하였다. 그 과정에서 독재자, 소수권력자들이 내세운 국가이익이란, 이념·이상으로 덧칠하여져 다수의 공익으로 포장되었지만, 그 본질은 독재자, 소수권력자만의 사익이었음을 깨달았다.

이번 2010남아공월드컵에서 북한팀의 정대세가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가 살아온 이력, 국적 문제, 북한팀에 합류하게 된 경위, 브라질과 경기전 눈물까지 모든 것이 화제일 정도다.

필자는 그를 보며 '열정적인 자유인'이라는 이미지가 떠올랐다. 그가 그동안 자신이 국적문제와 축구문제로 고생을 하였던 사실과 세계최강 브라질과 경기를 할 수 있는 무대에 섰다는 사실에 감격하여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그의 축구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그가 한국국적임에도 법률적 불가능을 넘어 자신의 희망대로 북한팀의 대표선수가 되고, 북한팀의 일원임에도 마음대로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한국이 상대팀에 이기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남과 북이 한팀이 되어 최강의 팀을 구성하고 싶다고 할 때는 남북대결, 이념분쟁을 넘어서는 자유인의 체취를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의 우리의 젊은 세대가 '정대세' 라는 아이콘을 통하여 만든 것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열정을 지녔지만, 고정된 이념과 편견이 없고 국가의 틀을 넘어서는 자유인일 것이다. 그것이 바로 필자가 젊은 세대에서 보는 희망이고, 지금의 정부에게 바라는 시민사회와 비판에 대한 똘레랑스(tolerance)다.

자유로운 열정, 시민사회의 비판정신, 진실을 향한 노력을 이념으로 덧칠하고, 국가이익이나 국가보안법으로 억누를 수는 없는 것이다. / choiyh6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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