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학 충주여고 교장

나는 직장 관계로 도내(道內) 여러 지역에서 근무를 해 봤다.

최근에는 보은과 영동에서도 근무했는데, 영동은 꼭 그렇지는 않지만, 보은은 도시에서 출퇴근하는 선생님들이 거의 대부분이므로 야간이나 주말엔 교사들의 모습을 보기 어려웠다.

이것은 큰도시 주위에 위치한 읍면(邑面) 지역에 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그곳 주민들은 야간이나 주말의 생활지도 등 교육여건의 불리함을 토로하곤 한다.

하지만 이것은 그 선생님들의 무성의가 아니라 눈부시게 발달한 도로교통 탓이다.

서울에서 1시간 남짓 거리라서 공무원들의 출퇴근이 가능할 것 같기도 한 세종시의 이른 바 '수정안'이 국회에서 부결됐고, 정부는 원안대로 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자, 보도에 의하면, 일부 광역시장 당선자들이 수정안이 제시했던 인센티브 성격의 프로젝트들을 유치하겠다고 나섰고, 충남과 대전 당선자들은 원안에다 그 인센티브까지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세종시 논란에서 당사자인 충남과 대전을 빼고는 다른 지역들이 그린 라이(green lies)를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낳게 한다.

사실 충남과 충북은 도세(道勢)로 보아 차이가 있다. 인구가 약 1.4배지만 뿌리가 같은 대전을 더하면 2.3배가 된다. 게다가 충북은 바다가 없다. 현대 글로벌 경제에서 물류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해안 지역이 얼마나 잇점이 큰가는, 중국 해안도시들의 눈부신 발전, 우리나라 인천시가 대구시를 추월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충남 당진을 가면 입이 벌어지는 이유도 여기 있다.

이런 상황은 교육 분야에서도 나타난다. 충북의 영재 중학생을 유인하기 위해 별 수단을 다 쓰는 충남의 모모 고등학교에 해마다 충북 수재들이 원서를 내고 있고, 대학 진학도 조금이라도 큰 물에서 놀고 싶다는 욕구 아래 서울 못가는 학생들이 대전을 택하고 있다.

그런데 이제부터 다시 '원안'이냐, '원안+알파'냐로 온나라가 시끄러울 조짐이다.

게다가 원안에 이미 알파가 다 들어있다는 주장까지 접하면 과연 무엇이 진실인지 헷갈리고 만다. 어디까지 가야 세종시 논란이 잠잠해질지 우려스럽지만 향후 세종시 건설을 바라보는 충북의 입장도 재정립되어야 한다.

소지역 이기주의 또는 충청권 대화합에 역행한다는 비난을 감수하면서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지금껏 지역발전의 대형 프로젝트를 두고 충남북이 사사건건 쟁투를 벌여 왔고 대부분은 충남·대전의 승리로 끝났다는 데 있다.

이것은 전라도나 경상도와는 달리 충남북 지형이 수도권을 향해 횡대열(橫帶列)로 배치되어 있다는 점에 기인한다. 게다가 그 중심축인 천안, 청주, 대전은 (청주시는 청원군에 포위된 식물(植物) 도시이지만) 접경 지역이 나란히 붙어서 뭐든 양보 없는 투쟁이 불가피했던 것이다.

'세종시 원안+알파'를 적극 지지하고 나설 때 충북이 얻는 실리가 무엇일까. 세종·오송·오창을 잇는 과학비즈니스 벨트 건설이 비충청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성사되었을 때 충북이 누릴 혜택이 어느 정도인지. 잘못하다간 오송 몫이 날아가는 건 아닌지.

미국의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이 말한 '마태복음 효과(Matthew effects)' 처럼 충남은 점점 더 받아 넉넉해 지고, 충북은 가진 것마저 빼앗길 우려는 없는 것인지.

일부 매스컴에서는 충북 옥천을 편입하여 보다 발전적인 광역시(廣域市)를 건설하겠다는 대전시의 안(案)을 흘리고 있다. 일소(一笑)에 붙일 일이지만, 옥천 주민들이 적극 반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어떻게 봐야 할까.

충청권 공영(共榮) 추구를 훼방 놓아서는 안 되겠지만, 지금처럼 가다가는 충남북이 '윈-루즈(win-lose)' 상황으로 전락할 공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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