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현 법무법인 '청남' 대표변호사

현재 충북도내 미분양아파트가 3천~4천세대에 이른다. 최근에 입주를 시작한 청주 사직동 캐슬푸르지오와 복대동 지웰시티도 미분양세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금호건설은 급기야 복대동 금호어울림아파트에 대하여 미분양세대를 최고 1억원정도 할인 판매하려다가 기존 입주자들과 분쟁이 생겼다.

또한 지역의 중견건설업체인 구백건설이 지난 4월초에 부도가 나는 등 하루가 멀다고 지역의 토목, 건설업체들이 연쇄부도가 나고, 부도가 난 삼화토건에 대해 최근 청주지법에서의 회생개시결정 폐지결정을 했다. 우리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이 부동산 경기 침체, 미분양 아파트, 건설업체의 연쇄부도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에 정부에서는 연일 관계부처 장관들이 건설업자들과 만나 부동산·건설경기의 활성화 대책을 논의하고, 조만간 공공부문 발주 증대 및 조기 시행, 미분양아파트의 정부매입, 건설업체 자금지원, 부동산 규제 완화, 금융대출 요건 완화 등의 부동산·건설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한다.

부동산·건설부문이 어려움에 봉착하였으니, 정부가 그것을 활성화하기 위한 부양책을 내놓는다?

문구 그대로 보면 정부의 당연한 경제정책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부동산·건설부문 어려움의 근본적 원인이 무엇인지, 부동산·건설경기를 다시 활성화 시킬 필요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부동산·건설부문의 침체가 거품이 사라지는 또는 반드시 사라져야 하는 바람직한 연착륙의 신호가 아닌지, 정부가 시민의 혈세로 건설업자들을 위하여 미분양아파트를 매입할 이유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없다.

대한민국은 토건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경제부문에서 건설·토목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육박한다. OECD국가의 평균인 5~6%보다 높고, 대표적인 토건국가인 일본의 10%보다도 2배가량 높다.

대한민국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 건물이 들어서고, 시내외의 도로는 항상 공사중이고, 할 일 없이 굴삭기가 강바닥을 파고 있는 것이다. 정부만 그러한 것이 아니다. 많은 시민들도 개발, 재개발, 재건축에 환호하고, 선거때마다 후보자들도 개발공약을 쏟아낸다. 정부도 정치인도 시민도 모두 최대로 부풀려진 토건을 더 부풀리기에만 급급하다.

많은 정치경제학자들은 토건업자들이 멀쩡한 산을 깍고, 멀쩡한 도로를 다시 포장하면서 생긴 막대한 수익으로 공무원을 매수하고, 지역 언론을 사들이고, 장사꾼 교수를 키우고, 정치권에 향응을 베풀어, 지역 토착비리의 최대주범인 토건동맹, 토건마피아를 구축하고 있다고 한탄한다. 실제 공무원이나 정치인에게 뇌물을 주는 절대다수가, 지역 언론사·학원의 소유주의 절대다수가 토건업자거나 그 출신이라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지금 토건업자들은 정부를 상대로 공공 토목·건설사업을 대폭으로 확대하라, 미분양아파트를 사달라, 건설사에 자금을 지원하라고 떼를 쓰고 있다. 정부는 이들의 요구대로 현재의 문제를 대규모 국책사업이라는 명목으로 또는 경기부양이라는 명목으로, 또다른 토건에 매달려 해결하려고 하고 있고, 시민의 혈세로 건설업자들을 위하여 미분양아파트를 매입하려 하고 있다.정부가 하는 것을 보면 방금이라도 거품이 터질 것 같은 부동산·건설시장의 구조적인 병폐, 추악한 담합을 감추고 폭탄 돌리기에 급급한 것 같다.

결국 지금 정부에서 예정된 부동산·건설경기 부양책은 토건업자들 퍼주기, 인위적인 가격 떠받치기, 일시적인 정권 홍보 정책에 불과하고, 종국에는 한줌의 토건업자들을 위하여 국민의 혈세를 퍼주고, 전국의 생태 환경을 콘크리트화 하겠다는 것으로만 보인다.

멀쩡한 도로를 다시 포장하듯, 토건공화국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또다른 토건으로 일시적으로 봉합하려는 우매한 정부가 되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 choiyh6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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