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영 영동대 산업경영학과 교수

경쟁(Competitive)연구의 대가인 마이클포터(M. E. Porter)는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수많은 산업혁신클러스터 간의 비교 연구에서 경쟁력 우위를 보이는 지역은 예외 없이 우수한 대학이나 연구소가 입지해 있는 지역이라고 했다.

또 리차드 플로리다(R. Florida) 등 학자들의 연구에서도 지역의 발전과 경쟁 우위 확보는 지역 내 대학의 존재 여부가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국내의 연구에서도 모 지역의 재학생 8천명 규모의 H대학이 지역에 창출하는 지역소득창출에 규모를 추정해본 결과 연간 1천600억원, 영구적인 소득효과는 최소 2조8천억원에서 최대 3조2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였다. 이 외에도 인적자원양성과 공급의 효과를 포함시키면 지역내 총생산을 최소 0.12%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요한 것은 대학 자체가 최고의 '고용주'라는 점이다. 특히 지역이 작을수록 대학이 차지하는 경제적 가치는 상당히 높게 평가되며, 고용의 주체로서 지역을 주도하는 공적 기관이 된다.

이와 같이 대학은 지역의 경제적 비중을 크게 차지하고 있다. 그러므로 어떠한 지역 발전 연구에도 대학의 기능을 제외시키지 않는다. 모든 지역의 발전 연구는 지역 내 대학을 중심으로 지자체, 산업체, 각종 연구기관 등의 네트워크 강화를 기반으로 지역 발전을 설명하고 있다. 새삼스럽게 대학이 새로운 지식과 정보의 생산, 그리고 유통을 주도하는 '창조기관'이라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없다고 해도 지역에서 대학은 경제적 주체이고, 지역의 브랜드를 창조하고 유지하는 지역 활성화에 주도적 주체라는 것은 중요하다.

거시경제이론인 신고전통합(New Classical Synthesis)을 보면 단기적 경제운용은 총수요 측면에 의해 결정되지만 장기적인 경제는 성장 동력의 발굴과 공급능력의 인프라 구축을 통한 총공급 측면에 의해 결정된다. 그렇지만 국내 대학은 양적 성장을 이루었지만 질적으로는 낙제점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따라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대학을 퇴출시키기 위한 정부 정책이 거세다.

그러나 정부가 대학에 대해 그렇게 자유롭게 칼날을 겨눌 처지가 못 된다. 가장 중요한 첫째 이유는 서두에 언급한 대학의 경제적 효과이다. 특히 수도권이 아닌 지역의 대학은 해당 지역에 상당한 경제적 비중을 차지하면서 산업, 경제, 행정, 문화 등 측면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대학의 문제 중심에는 정책 드라이브의 주도권을 쥐었던 정부의 책임이 크다는 것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정책만 보더라도 대학 정책이 수없이 바뀌었다. 물론 대학 자체의 문제도 없지는 않지만 대학이 해결해야 문제와 정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를 구분 짓는 것은 중요하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소위 '신용불량' 대학을 선정해 발표하겠다면서 삼고 있는 주요 기준인 취업률, 재학생 충원율이 근본적으로 대학의 문제인가. 또한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하면 퇴출 대상 대학으로 인식하는 것은 적반하장의 사고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가장 큰 경제적 위기 변수의 하나가 인구 감소이다. 인구 감소는 30년 전 산아제한(産兒制限)정책부터 시작된다. 이제 먹고 살만해졌으니 정책이 성공을 거뒀다고 할 수도 있지만 인구 감소의 부작용 책임을 왜 대학이 져야 하는가. 당시 산아제한정책이 맬서스(T. R. Malthus)의 이론을 배경으로 했다손 치더라도 1980년대까지 추진하던 정책에 대한 결과를 대학에 전가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그러한 측면에서 현 정부가 대학의 문제를 시장원리로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잘못된 논리이다.

국가경제를 경영으로 보는 시각도 장기적으로는 부실을 초래할 것이겠지만 대학의 문제를 시장논리로만 풀고자 한다면 백년 교육대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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