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향기>조송주

고, 낭, 자, 사, 이, 신, 후기인상파, 야, 입, 파, 표, 초, 추……!

이 무슨 귀신 "신나루" 까먹는 소린가!

386 끝 세대인 본인의 먼 기억 속 이야기이다.

기말고사 대비 축약식 기억장치 작동을 위해 나와 몇몇 친구들은 위와 같은 주문을 외우곤 했다. 기말고사가 시작되고, 미술과목 시험문제 20문항 중 위와 관련된 문항이 2문제 가량은 거의 출제되었다는 기억이다. 우리들 서 너명은 위 주문을 외우며 무리없이 문제를 풀어갔다. 위의 주문은 서양미술사 중 근대사에 해당하는 변화 연대기의 첫 글자를 따서 나름 만들어낸 우리들 몇몇만의 암송법이다.

위의 주문은 미술이론시험 20문항 중 서양미술사 연대기(순서)에 관해 문제 1문항, 그리고 위의 '입'에 해당하는 입체파의 '피카소'나 '자'에 해당하는 자연주의 '밀레'에 관해 1문항이 거의 공식화 되어 출제되곤 했다.

이 글을 쓰며 내심 지금(2010년)의 중, 고등학교 미술시험 문제의 경향이 궁금해지지만, 너무 깊이 들어가지 않기로 한다. 왜? 추억이므로!

그렇다면 위의 과거 추억이 현대와는 무슨 관련이 있다고 20년이 훌쩍 넘은 기억을 대동해 가며 나는 어떠한 말을 이어가려는 것일까?

아마도 미술 관련 본인의 위와 같은 특별한 기억과 경험들이 현재의 본인을 '시각예술'판에 머물게 하였던 그리고 하고 있는 근원이자 필연의 힘이지 아닐까! 라고 하는 생각이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라도 과거 관련 몇 가지 나름의 특별한 기억을 안고 살아간다. 그 기억이 꺼내 놓을 수 있는 것이든 아니든 간에, 혹은 그것이 현재 본인 삶과 관련되어졌든 아니든 간에.

현대인들은 어떠한 계기로 현재를 지탱하는가?

우연이든 필연이든, 본인의 경우 이미 미술(그림) 언저리에 살아 온지 20년이 지났다. 또한 위에 열거한 고전, 낭만, 자연, 사실, 인상, 신인상, 후기인상주의, 그리고 야수파, 입체파, 파리파, 표현주의, 초현실주의, 추상표현주의 등 서양의 장대한 근대미술사도 흘러갔다. 그리고 그 흐름을 기억하기 위해 주문을 외웠던 모습 또한 추억이 되었다.

'예술'이란 하나의 방향으로 달려온지 언 20년, 그리고 '불혹(不惑)'이란 나이!

이제야 현재를 살아(존재)간다는 의미에 관해 조금은 인정하게 되었다. 세상 모든 것이 흐를 수 밖에 없음을 인정하고 나서 부터이다.

현재의 한국 현대미술에 관한 우리의 태도에 대한 맺음말이다.

아무리 유아독존이라 주장한들 이 또한 흐르고 나면 추억이 되는 법, 현대미술이란 미명하에 다른 여러 가지 미술 경향을 배척(등한시) 할 것이 아니라, 동시대란 통섭의 개념으로 다름을 인정하고 차등과 차별이 아닌 수평적 시각을 통하여 현재를 살아가며, 살 수 있는 그래서 각각의 의미들이 역사가 되는 '동시대예술 Contemporary Art'의 흐름 이었으면 한다. / HIVE 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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