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지역 중견작가로 활동중인 손부남 작가가 오는 14일까지 무심갤러리에서 '상생'이란 주제로 개인전을 개최한다.

　손 작가는 자연 속에서 인간, 동물, 식물이 더불어 공생 공존하는 모습을 해학적인 표현으로 단순화해, 자연 속에서 발견될 수 있는 대상을 회화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에 있어 사물이 갖고 있는 고유의 질감을 살려내 선, 색채와 더불어 새로운 방법으로 해석했다.

　이번 전시는 2006년 미국에서의 개인전 이후 4년 만에 갖는 개인전으로 그동안의 작품과 최근작품을 함께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 할 수 있다.

　야마게시 노부오 평론가에 따르면 손부남의 작품 속 최초의 시도는 동굴화에 매혹돼 자연히 그것의 재현에 착수하게 됐고, 모방해서 그리는 행위로 시작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거기서 깨달은 것은 유사 이래 고도의 표현기술도, 질서정연하게 형성된 회화 이론도 아니었다. 오히려 그리스 미술이나 르네상스시대 미술의 화려한 표현기법을 단숨에 함몰시켜 버린 것이다. 표현에 대한 처절한 욕망과 충동이 꿈틀대기 시작한 것이다. 간신히 사람이라고 판단될 정도의 기호 같은 형상, 단세포 동물이나 아메바 같이 늘어나고 오므라드는 동물의 형상 들 말이다. 선사세대 사람들의 환경, 즉 자연, 기원, 생활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환기 한 것이다. 거기에서 생명의 근원적인 모습을 보았고 강렬한 에너지를 느낀 것이다. 아마도 문화적인 레트릭을 사용한다면, 깊은 산골짜기의 어둡고 춥고 습기에 덥인 강하고 단단한 바위 표면과 같다. 여기에 희미하게 남긴 선조화로 한 예술가를 유혹하고 수 천 년 시공을 초월한 그 실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작가라 할지라도 현재 존재하는 사람이 과거의 현실로 돌아 갈수는 없다. 21세기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선사시대의 동굴화를 그림으로써 과거의 역사 속으로 들어가 참가하게 된 것이다.

　작품은 견고한 바위 표면을 형성하면서도 그 마티에르는 때때로 심오한 암흑을 나타내기도 한다. 또 때로는 스탠드 그래스와 닮은 투명한 빛을 보여주기도 하고 모자이크와 같은 길향 작용을 동반하기도 한다. 이처럼 작업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갈등을 환기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화면 전체가 그 자체로서 격한 드라마가 되기도 한다. 거기에는 인간의 기원 이래, 세상을 채워왔던 자연, 즉 물성과 인간의 관계가 필연적이라는 것을 그래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손 작가는 이번 전시로 20번째 개인전을 선보이는 것이며 현재 미술협회와 무심회화회, 충북판화가협회 회원으로 활동중이다. / 이지효 jhlee@j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