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영 영동대 교수

대규모 자본을 앞세운 대기업의 사업 다변화는 이른바 쌍끌이 어업을 연상케 할 정도로 거세다. 대표적으로 골목 상권을 위협하는 기업형수퍼마켓(SSM)부터 소프트웨어산업 분야까지 다양하다.

다행히 소프트웨어산업 분야에서는 SW산업진흥법에 따라 대기업 참여 하한기준을 적용받는다.

따라서 대기업은 자본주의 국가에서 합법적인 사업 다각화를 규제하는 정책에 대한 불만이 많다.

그러나 정부는 국민을 보호하고 국가 경제의 관리를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시장자유주의 원칙만을 고수하지는 못한다. 최근 글로벌화가 가속화되고 국가보다는 도시 또는 기업의 가치가 우선시 되다보니 세계화의 공간은 절대적 시장중심이고, 시장자유주의가 절대적인 선(善)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이다.

그렇지만 1990년대 초 금융시장자유주의를 선택한 우리는 무분별한 해외자본의 유입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거품경제로 빠져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1997년 IMF 경제위기를 맞은 한국에 반하여 중국, 말레이시아 등 강력한 정부 규제를 선택한 국가가 금융시장을 지켜낸 것이 증거일 것이다.

어쨌든 시장자유주의와 시장보호주의의 논란 속에서 최근 대기업의 기업형수퍼마켓(SSM)의 골목 상권 진입은 재래시장, 생계형 영세 상점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이들 상점이 대기업에 의해 문을 닫게 되면 풀뿌리처럼 유지되고 있는 서민 경제에 상당한 위협이 될 것이다.

따라서 급격한 시장의 붕괴는 영세상인의 문제를 떠나 사회 혼란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의 개입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그동안 중소기업청에서 영세 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나들가게' 선정과 함께 간판제작비 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지만 영세 사업자의 자생력을 키우는 것은 한계가 크다.

결론적으로 영세 상권의 보호 개념보다는 급격한 상권 붕괴에 따른 파장을 줄이기 위해서 정부는 SSM 사업 조정을 강력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물론 WTO 서비스 협정 또는 자유 시장 원칙, 소비자의 선택권 등 헌법에 위배된다는 논리도 성립되지만 중소기업의 보호를 위해 국가의 경제 규제와 조정이 가능하다는 헌법의 논리도 타당하다.

그러나 생계형 이권을 놓고 양측을 이해시켜 SSM 사업 조정을 객관적으로 처리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정부의 판단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해법이 있겠지만 경험에 의한 예측을 통해 해법을 찾는 것도 제기해본다.

SSM 규제 찬반 논거를 보면 SSM은 골목상권을 붕괴시킨 후 독점력을 행사하여 궁극적으로 유통발전 저해할 것이라는 반대 입장과 유통업의 경쟁력을 약화시켜 국가경쟁력 하락시킬 것이라는 찬성 입장이 첨예하다.

그렇다면 유사 사례를 연구하여 결과를 예측하고, 도출된 결과를 기초로 정부가 판정하면 된다.

예컨대 대형할인 매장이 재래시장을 잠식시키면서 새로운 산업으로 등장한지 오래되었다. SSM 찬성 의견처럼 유통업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국가 경쟁력이 강화되었는지,

또는 반대 입장처럼 골목 상권을 붕괴시키고 독점력을 행사하여 유통발전을 저해하고 있는지를 분석해 보면 결정이 분명해 질 것이다.

다만 결과 분석에 대한 논란을 잠식시키기 위해서는 사전에 해석 방법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추진한다면 또 하나의 해법(解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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