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뜨락-류시호 시인·수필가^음성 대소초 교사

오래전부터 히로시마에 사는 친지 덕분에 일본을 자주 갔다. 지금은 직접 히로시마로 가는 비행기가 있지만, 20여 년 전에는 후쿠오카 공항경유, 신간센 고속열차로 갔다. 히로시마에는 일본 3경 중 하나인 울창한 원시림의 아름다운 섬 미야지마가 있고, 리프트를 타고 정상까지 오르다보면 시내와 바다가 보이는 멋진 곳이다. 이곳의 명물은 이쓰쿠시마 신사 입구에 세운 빨간 오도리(大烏居)라는 문으로 밀물과 썰물에 따라 분위기가 다르게 느껴졌다. 유네스코는 1996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했다.

바다 위에 세운 신사를 보니 단양 8경 중 가장 멋진 옥순봉(玉筍峰)이 생각난다. 충주호 장회나루에서 유람선을 타고 나가면, 기암 괴봉이 거대한 병풍처럼 펼쳐지면서 푸른 물과 어우러져 뛰어난 경관을 연출하며 희고 푸른 여러 개의 봉우리가 대나무 순과 같은 옥순봉을 만난다.

연산군 시절, 김일손의 '여지승람'과 이중환의 '산수록'에 옥순봉의 뛰어난 경치를 칭송하였고, 이퇴계는 단양 현감시절 돌 벽에 '단구동문(丹丘東門)'이라는 글을 암각하여 이곳을 단양의 관문으로 삼았다고 한다.

유람선에서 뒤쪽을 보면, 스카이라인을 이룬 금수산의 바위와 어우러진 제비봉이 멋지다. 옥순봉과 구담봉에서 이산을 바라보니 부챗살처럼 드리워진 바위능선이 날개를 활짝 펴고 나는 모습과 같았다.

일본의 3경은 바다의 해안선이 아름답고 산림이 우거진 곳으로 정했는데, 옥순봉은 기암 괴봉이 거대한 병풍처럼 펼쳐지면서 충주호에 우뚝 서 있기에 더욱 아름답다. 주변에 구담봉과 바위능선의 제비봉 등 아름다운 산과 물이 함께 어우러져 있기에 일본의 3경이 부럽지 않다.

일본의 미야지마와 충주호의 옥순봉 등 낯선 곳을 방문하면서 즐거움과 낭만을 꿈꾸게 된다. 누구나 공부나 일터에서 잠시 탈피하여 가족, 연인, 친구들과 함께 감정 계좌에 아름다운 추억을 불입하며 흐뭇함에 잠길 수 있다. 여행은 인생을 돌아보게 만들고 잃어버린 삶의 균형 감각을 일깨워주는 시간이 아닐까 한다.

우리 모두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남보다 앞서기 위해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주변을 살피지 못한 채 앞만 보고 달려온 것이 아닌지. 사람은 꽃보다 아름답고 책보다 더 귀하다는 생각을 한다. 정신없이 일만하지 말고, 휴식과 여행을 통해 새로운 삶의 가능성에 눈뜨고, 자기다운 독자적 삶의 방식을 깨닫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 고귀한 삶을 잘 유지하도록 휴식과 여행을 통하여 지혜를 쌓자. 이처럼 여행 중 얻은 각종 느낌과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여 삶의 곳곳에서 반짝거리는 경험과 지혜가 된다고 생각한다.

허리춤까지 훤칠하게 자란 꽃들과 초록이 뒤덮은 여름의 시작이다. 초록이 짙어 가는 계절, 꽃잎과 꽃잎 사이를 밤새도록 걷고 싶다. 이렇게 좋은 계절에 둘레 길도 좋고, 산사의 숲길도 좋으며, 가까운 북한산도 좋다. 여행을 통하여 새로운 꿈과 지혜를 쌓고 자연을 맛보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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