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재영 전 청주고 교장

교육계 재직시절 설악산 여행길에 올랐다가 이승만 전 대통령 별장에 들릴 기회가 있었다.

별장 내부의 집기와 생활용품을 둘러보면서 건국 초기의 어려운 국정을 이끌어가던 그 분의 검소한 생활에 머리가 숙여졌다.

최근 고위 공직자들이 수십억원의 뇌물을 받고 교도소에 수감되는 기사를 읽다보면 하루 세끼와 잠자리를 해결하지 못하는 노숙자가 점차 늘어가는 오늘의 현실과 대비돼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이승만 전(前) 대통령의 부인인 프란체스카 여사가 손자에게 깎아준 몽당연필과 기워진 내의, 중국의 모택동(毛澤東)의 가풍(家風) 전시회에 나온 기워진 수건은 지도자들의 검소한 절제 생활을 엿 보게 한다.

논어(論語)에 기신정 불령이행(其身正 不令而行)이라는 말이 있다. "윗사람이 몸가짐을 바로 하면 명령을 하지 않아도 저절로 행하여진다"는 말이다. 최근에 불거져 나오는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억대의 뇌물 수수사건은 열심히 땀 흘려 살아가는 민초(民草)들의 삶의 의욕을 꺾는다.

영국의 시인인 퀼즈는 "사치란 유혹적인 쾌락이요 비정상적인 환락이기에, 그 입에는 꿀이, 그 마음에는 쓸개즙이, 그 꼬리에는 바늘가시가 있다"고 했고, 포박자(抱朴子)는 "사치는 목숨을 치는 도끼"라고 하여 사치를 경계하고 있다.

우리나라 각 학교의 분실물센터에는 학생들이 잃어버리고도 찾아가지 않는 시계며 학용품이 쌓여 있다.

하지만 세계적 거부의 아들인 록펠러 2세는 은행에서 돈을 찾아가다 굴러 떨어진 1센트 동전을 찾기 위해서 책상을 치우고 밑으로 기어 들어가 찾았다는 에피소드가 있어 우리에게 많은것을 느끼게 해준다.

록펠러 일가가 부호가 된 것은 이처럼 사치를 경계하고 단 1센트라도 소중히 여기고 근검절약하는 생활태도를 가졌기 때문이다.

"사치는 사람에게 있어서의 술처럼, 처음에는 사람이 주도하다가 다음엔 사치가 사치를 충동하게 되고 마지막엔 사치가 사람을 잡아먹게 된다"고 한다. 사치가 심하면 패가망신 당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지난날 우리는 하루 두 끼를 먹으면서도 주린 배를 움켜쥐고도 남의 물건을 훔치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날 젊은이들 중에는 하루밤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강도와 절도를 일삼고 심지어 살인까지 저지르기도 한다.

부모의 과잉보호 속에 무분별한 사치를 일삼고 살아가는 오늘의 일부 부유층 자녀들을 생각해 보자. 이대로는 안 된다. 청소년들에게 어려움을 참고 견디며 이겨낼 수 있도록 노작교육(勞作敎育)과 절제 교육을 통하여 검소하고 절제하는 생활이 이루어지도록 가정과 사회, 학교에서 다 함께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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