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신동인 대한적십자사 병원보건안전 본부장

근래 들어 반값등록금이 화두로 떠올라 국민이면 누구나 공감하면서 등록금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는 심정이 간절할 것이다. 대학등록금이 천정부지로 올라 국민들이 이를 감당하기에 너무 힘든 짐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대학을 다녀야 하고 졸업 후에는 본인 적성이나 능력에 맞는 일을 찾기 보다는 쉽고 편하게 할 수 있는 일이나 대기업 등 남보다 우월한 자리를 원하는 형세이다보니 청년 실업은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한편에서는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우선 우리 부모님들의 교육에 대한 열정이 부른 하나의 웃지 못할 에피소드일 것이고 또 하나는 자신의 크기를 모르면서 물질본능만을 따르는 허황됨이 그 이유일 것이다. 많이 아는 것은 귀한 것이나, 그 보다 더 귀한 것은 다 털어 버리는 것이다. 많이 갖는 것은 부한 것이나, 그 보다 더 부한 것은 하나도 갖지 않는 것이다. 남을 이기는 것은 용기있는 것이나, 그 보다 더 큰 용기는 남에게 져주는 것이다. 가득찬 그릇에는 넘쳐 버리지만, 비어있는 그릇에는 담아지느니라. 넘쳐 버리는 곳에는 착오가 있으나 비어있는 곳에는 정확함이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큰스님 중의 한 분이신 서암큰스님의 말씀중 일부이다.

우리는 대학까지 공부해 남만큼 배우고 익힌 관계로 머리 속에 아는 것이 많으니 남보다 못하게 보이는 일을 하기 싫는 것이요 부모님이 남 부럽지 않게 키웠으니 남보다 적게 받고 일을 하는 것도 성에 차지 않을 것이니 일자리 찾기가 어디 쉬운가. 음식을 먹고 배가 가득하면 비워야만 다시 음식을 먹을 수 있거늘 한번 채워진 머리에는 빈 곳이 없으니 더 들어갈 공간이 있을리 없어 오갈데 없이 그냥 허송세월하는 어리석은 처지가 되었다.

시골 부모님들의 재산목록 1호인 황소를 팔아 대학을 보내던 시절은 지나갔지만 아직도 부모님들은 자신의 노후를 포기하면서 자식교육에 대한 열정을 이어가고 있다. 이제는 이러한 열정에 삶의 지혜를 더해 자신의 능력과 자질을 한껏 발휘할 수 있는 아름다운 삶을 찾아가야 한다.

가득 찬 그릇 보다는 조금은 부족한 듯 비워있는 그릇이 넘치지 않듯 자신의 크기를 돌아볼 줄 아는 현명함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젊은이들은 꼭 필요한 지표로 삼아야 할 것이다. 더불어 우리 사회에서의 삶의 척도를 행복의 기준에서 자신이 원하는 일을 얼마나 즐기면서 하는가 자신의 능력과 자질을 발휘하여 이 사회에 얼마나 많은 기여를 하는가 하는 방향으로 바꾸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대가 아닌가 한다. 우리 부모님들의 등짐을 조금이라도 가벼이 할 수 있도록 대학등록금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기를 바라며 등록금 문제가 수요와 공급의 자본주의 원칙이 아닌 국가백년대계와 국민 행복권리가 우선임을 관계자 분들은 명심해 주시기 부탁드리면서 대학등록금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 하나가 여기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