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종완 농협 청주교육원 교수
얼마 전부터 아내와 딸이 보약을 먹고 있다. 보약을 지을 때 한의사로부터 보약 먹는 방법을 들었다. 생 무, 냉 음료, 짜고 매운 음식, 커피, 밀가루 음식 등은 가급적 먹지 않는 것이 좋다는 내용이다. 이 정도는 보약을 먹어본 사람이면 익히 알고 있는 상식 수준의 한약복용법이다. 아내와 딸이 같은 한의사에게 한약복용법을 들었다. 그런데 아내는 한약복용법을 밥 먹듯 어기고 딸은 꼬박꼬박 지킨다. 보약 먹는 횟수도 아내는 거르기 일쑤지만 딸은 복용시간까지도 맞추어 먹는 정성을 들인다. 아내와 딸 중에 누가 더 보약의 효과를 보게 될지는 자명하다. 보약의 효과를 보려면 한약복용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보약을 먹을 때는 한약복용법이 있듯 삶에는 인생사용법이 있다. 인생사용법의 첫 페이지는 '지켜야 할 것들을 지키며 사는 것'으로 채워져 있지 않을까. 인생에서 지켜야 할 것은 법, 윤리, 도덕, 규범, 원칙 등 더불어 살아가는데 필요한 덕목들이다. 반드시 지켜야 할 것들을 지키지 않으면 세상과 인생은 엉망진창이 된다. 보약을 생각날 때만 대충 먹으면 약 효과가 떨어지듯 세상살이에서 지켜야 할 것을 무시하면 성과물을 내기는 어렵다. 보약을 먹는 목적이 불분명하면 한약복용법을 지키기 어렵듯이 삶의 방향이 뚜렷하지 못하면 인생사용법은 무용지물이 되기 십상이다.
인생사용법을 제대로 지키며 살기 위해서는 순수한 마음이 필요하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지켜야 할 것들은 유치원에서 배운다고 한다. 유치원에서 배운 것을 나이를 먹어가면서도 지켜가며 살 수 있는 지혜는 순수한 마음이 있을 때 터득할 수 있다. 배우고 들은 바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실천하기 때문이다. 딸이 한약복용법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순수한 마음을 간직한 덕분이다. 삶의 원리와 원칙들을 지키며 사는 힘은 순수한 마음에서 나온다. 인생사용법대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사념이나 사욕을 버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 사념이나 사욕을 멀리할수록 정도를 지키며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평생토록 사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의 말이다. 보약이 아내와 딸에게는 기력을 회복시켜 주고 나에게는 삶의 자세와 살아가는 지혜를 생각하게 해준다.
중부매일
jb@j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