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뜨락-류시호 시인·수필가 음성 대소초 교사

지난 5월초, 해남으로 달렸다. 남도를 가려면 길은 멀지만 아름다운 자연에 반한다. 바구니를 엎어놓은 것 같은 야트막한 산들이 들판을 감싸고 있고, 산허리 한 굽이를 넘어서면 시야가 넓게 펼쳐지며 붉은 황토밭에 배추와 농작물을 짓는 시골의 정경이 펼쳐진다. 길마다 유채꽃과 푸른 마늘밭, 청보리밭으로 이어지는 길은 마음도 푸르게 하는 것 같다. 바닷가 염전에서 귀하게 여기는 천일염(소금)을 샀다. 우리의 천일염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 게랑드 소금을 능가한다고 한다.

해남 땅끝 마을은 몇 년 전 학교의 동료 직원들과 공동연수로 간적이 있기에 아내에게 자랑스럽게 안내를 했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고산 윤선도의 유적지인 보길도의 세연정도 안내를 했을 터인데 다음 일정을 위해 발길을 돌렸다. 세연정은 담양의 소쇄원, 영양의 서석지(瑞石池)와 더불어 국내 3대 정원이라 칭한다. 보길도와 땅끝 마을의 아름다운 바다를 바라보며 통영으로 달렸다.

몇 년 전 죽마고우와 통영의 명물 케이블카를 타고, 미륵산에 올라 한려수도의 미항(美港)을 바라보니 정말 아름다웠다. 통영항구를 동양의 나포리라고 부르는 것은, 섬과 섬 사이를 잇는 해안선과 밤바다에 명멸하는 어화(漁火)들, 전원풍경 등이 멋진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작년에 이탈리아 나포리를 가보았지만, 통영이 더 아름다움을 실감했다.

다음날, 이슬비 맞으며 유람선을 타고 소매물도에 도착하니 뒤늦게 지고 있는 동백꽃 몇 송이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소매물도 등대섬은 하루에 2번 물때에 따라 70여 미터의 열목개 자갈길이 열린다. 다행히 필자가 방문한 시간은 물때를 잘 만나서 등대섬으로 갈 수가 있었다.

이 섬은 파도의 침식작용으로 형성된 기암절벽과 동굴들이 많고, 나무 계단과 하얀 등대가 일품이며 해안절벽에 파도가 부딪치면서 뿜어대는 물보라 때문에 '한려수도의 보물'이라고 한다. 이처럼 멋진 자연풍광 때문 '통영 8경'중 제일로 알려졌고, 이탈리아의 나포리 바다 앞의 카프리섬보다 훨씬 아름다움을 만끽 한 후 유람선으로 돌아 왔다.

여행을 하다보면 낯선 사람도 만나며 자신의 과거도 돌아보게 되고, 내일을 위한 힘도 얻게 된다. 낯선 길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는 여행은 삶을 새롭게 보게 해준다. 가슴을 짓누르는 걱정을 안고 떠났다가도 훌훌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오는 것이 여행이다.

짙은 녹음이 세상을 덮고 있다. 시간이 좀 더 흐르면 수종에 따라 색깔의 농도가 달라지며, 과일나무들은 자라기에 여염이 없고 가을이오면 우리에게 저마다 제 이름대로 맛있는 것을 선사한다. 가끔씩 길가의 들꽃 향기에 흠뻑 취해보고, 계곡의 맑은 물소리 들으며 머리도 식혀 보자.

숨 가쁘게 돌아가는 현대인의 일상 속에서 삶의 속도를 늦추고 천천히 살도록 노력해야겠다.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움을 얻을 때에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하는 것 아닐까 한다. 우리 모두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하며 새로움에 도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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