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뜨락-정종병 時兆社;敎役

내 고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계절 /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이육사 시인의 '청포도' 중에서)

이육사 시인도 칠월이 되면 고향에 익어가는 청포도와 함께 마을의 전설이 포도 알맹이처럼 알알이 달려서 입에서 입으로 내려오는 것을 듣고 있었던 모양이다.

사람이 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도로 보낸다는 말이 있다. 사람들은 도시로 도시로 몰려와서 도시에서 살다가 도시에서 죽는다. 도시에서 황금알을 낳기 위해 온 몸을 불태워 자기가 꿈 꾸는 일에 혼신을 다하는 것이 도시인의 일상이다. 삶이라기 보다 전쟁에 가까운 치열한 생존경쟁 속에 매일 아침 전쟁터로 나가는 병사처럼 완전무장하고 출근한다. 내가 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는 비장의 각오인지 모르겠다.

날마다 더 높아가는 빌딩과 인간을 자극하기 좋은 눈부신 백화점의 전시품과 사치물은 항상 도시인을 유혹하고 있다.

과학문화의 산물은 인간이 이룰 수 있는 것은 제한성이 없고 무한한 도전의 산물로 보여지고 있다. 나도 아이들에게 서울에 가든지 아니면 더 큰 외국의 도시에 가야 전문인으로 빨리 성장할 수 있다고 가르치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이처럼 도시는 사람에게 매혹적이고 도전적이고 희망적인 것이 전부는 아니다. 도시의 빛과 그림자 속에서도 그림자도 너무나 많기에 공기 좋고 한적한 교외 시골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재난과 자연재해에 대한 도시의 위험성과 무한경쟁으로 인한 인간성의 상실은 도시의 그림자일 것이다. 몸은 도시에 있지만 마음은 항상 고향을 품고 살아가는 것이 삶의 모습이다. 죽는 날까지 고향에 대한 향수를 그리워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고향을 생각하면 할수록 그 곳을 통해 새로운 활력을 얻는 것은 산자들의 모두의 모습이다. 화려하고 문명이 극치로 발달되어 젊은이들이 동경하는 꿈의 도시에 살지만 고향을 한평생 그리워하는 것은, 고향은 나의 뿌리가 있기 때문이다. 고향은 내가 성장하고 자란 아름다운 순수한 추억의 내음이 묻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정지용 시인의 '고향'의 노래는 언제 ,어디에서 들어도 다시 듣고 싶고 따라 부르고 싶은 노래이자 시이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전이 휘돌아 나가고 / 얼룩백이 황소가 /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산과 바다, 계곡으로 해외로 휴가계획에 가슴이 부풀어 오르고 있다. 멋진 휴가지로 고향으로 가서 지난날의 꿈의 산실인 부모님과 함께 마당에 멍석을 깔아놓고 여름 밤의 별을 헤어가면서 어린 날의 추억을 꺼내어 옥수수, 감자 삶아 먹으면서 오손도손 이야기꽃을 피우면 어떠할지….

고향 가도 부모님도 고향집도 잃어버린 나는 대구 부모님 산소라도 가서 못다한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고 싶다. 내 사정 너무나 잘 아시고 벌써 고개 끄덕끄덕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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