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뜨락-정종병 時兆社;敎役
이 병원 저 병원 다닌다고 언제가 마지막으로 아내의 발을 씻어준 기억조차 없다. 아내에게 너무 無心한 내가 미웠다.
"일 주일에 두번씩은 꼭! 아내 발을 씻어 주리라" 하고 병원을 떠났다. 그 다음날 새벽에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이것이 아내를 마지막으로 씻어준 발이 되었다. 더 이상 아내의 발을 만질수도 볼 수도 씻어 줄 수도 없다. 의식이 있을 때를 생각해 본다. 발을 씻겨주면 너무나 좋아했다. 내가 발가락 사이 사이와 발바닥을 바락바락 문질러 씻어주면 아내는 시원하다고 감사하다고 연발하여 내가 미안할 정도로 감사표시를 하곤 했다.
5년 전 부터 휠체어가 발을 대신했기에 아내의 꿈은 다시 발을 딛고 일어서는 것이 꿈이었다. 언젠가 반드시 일어나겠다는 의지로 부단한 재활운동과 절대자를 향한 약속의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끝내 이 땅에서 서지 못했지만, 그녀가 굳게 믿는 이 세상 마지막 날 재림의 아침에는 당당히 서 있으리라.
어느 중진 시인이 백혈병으로 투병하는 아내에게 바치는 '아내의 맨발'이라는 제목의 글은 모든 남성에게 아내 사랑을 가르쳐 주고 있다.
"진흙밭에 삭은 연 잎새 다 된 발아 / 말굽쇠 같은 발, 무쇠솥 같은 발아
잠든 네 발바닥을 핥으며 이 밤은 / 캄캄한 ●밭을 내가 헤매며 운다."
시인은 '백수 건달로 시를 쓴다고 까불거릴 때 아내는 똥장군을 짊어지고 수박 밭을 일구었으며 그도 부족하여 지금까지 18년간 보험회사 아줌마로 천하를 주유했다'며 "나를 키운 건 8활이 아내의 맨발이었다"고 토로했다.
나 역시 아내에게 내어놓을 것이 없다. 자아의 전투복 갑옥을 입고 산 30년의 시간이 아닌가?
30살에 요절한 기형도 시인의 '빈 집' 은 이렇게 시작된다.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안개들아 / 아무 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 가없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탈무드에는 '남자의 집은 아내이다'라고 했다. 아내는 남자의 영원한 안식처라고 할 수 있다. 아내의 따스한 숨결이 사라진 집은 적막한 빈집이다. 얼마동안 집도 잃고 사랑도 잃은 한 애늙은이가 빈집에서 잃은 것들을 찾겠다고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서성이고 있을 그를 본다.
중부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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