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지역 건설업계 "발주 없다" 아우성-<3> 중견 건설사들도 유동성 위기

청주지역에서 중견 토건건설업체를 운영하는 G건설의 한 대표는 올해는 충북 건설업계들이 참여하는 공사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공공공사 발주 물량이 줄어드는 등 경기침체로 일감이 크게 감소했던 지난해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며 도내 SOC 사업 부족, 4대강 사업 추진에 따른 공공공사 물량 감소 등으로 도내 건설업계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 같은 상황에서 분할발주, 지역업체 참여 활성화 방안 등이 요구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공사물량이 크게 부족해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공사물량이 크게 부족해 입찰건수와 금액이 지난해보다 크게 감소하는 등 도내 건설업의 수주난이 최근 몇년새 가장 심각한 수준이며 공공공사 신규물량도 부족해 경영난이 불가피하고 이 같은 여파가 지역 중견 건설사들까지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1군 건설사들 유동성 위기 기업회생절차로 돌파= 이처럼 경영난에 허덕이는 중견 건설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나 워크아웃을 신청했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감자를 결정하거나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건설사들이 등장하고 있다.

1군 건설업체 중 시공능력순위 150위 이내 건설사 중에서 법정관리가 진행되고 있는 회사는 14개사, 워크아웃 중인 회사는 17개다. 총 31개사가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100대 건설사 중에선 25개사가 이에 해당한다.

대림산업계열의 고려개발은 지난달 말 채권단에 공동관리를 요청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지연 등에 따른 금융 비용 증가와 신용등급 하락으로 유동성 압박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사옥과 콘도를 매각하고, 대림산업으로부터 3천800억원을 수혈받았지만, PF 상환과 이자 막기에도 급급해지면서 결국 공동관리 신세를 지게됐다.

시공능력평가 40위의 임광토건과 시공능력평가 58위인 범양건영도 각각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아파트 브랜드 '신일 유토빌'로 알려진 신일건업(시공평가 73위)은 단기 유동성이 나빠져 지난 8월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시공능력평가 순위 39위의 남광토건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지난달 93% 감자를 결정했다. 이 회사는 현재 90%의 부분자본잠식 상태다. 롯데건설은 지난 7월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3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더니 지난 달에는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는 이유로 1천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충북지역에 기반을 둔 향토건설사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지역 향토 건설사인 KD건설도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아파트형공장 공사대금 200억원을 받지 못해 경영난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충북을 기반을 둔 임광토건을 비롯해 청주 북문로 엘리시아를 시공중인 KD건설 등 4~5개의 중견 건설업체들이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건설사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공공공사 물량이 감소하고 있는데다, 공공입찰 제한 조치로 중소 건설사들의 경영난은 가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도급 지역 전문건설업체도 타격…다른 원도급사 푸대접= 기업회생절차나 기업개선작업 중이거나 이를 신청한 종합건설업체들의 협력업체들이 다른 원도급사들로부터 배척당하면서 자금난에 이어 수주난까지 '이중고' 를 겪고 있다.

최근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중인 원도급사의 협력업체들이 다른 종합건설업체들로부터 특별관리 대상으로 분류돼 협력업체 등록이 되지 않거나 공사입찰에서 제외되고 있다.

종합건설업체 한곳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신청할 경우 다른 업체들은 신용평가기관에 의뢰해 해당 업체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전문건설업체 등의 명단을 입수, 협력업체 등록신청시 제외하거나 기존 협력업체일 경우 특별관리 대상으로 분류해 심할 경우 입찰참여를 막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지역 한 전문건설업체 관계자는 "법정관리 개시후에 공사대금을 현금으로 정해진 날짜에 꼬박꼬박 받게 돼 자금난에 숨통이 터 한숨 돌렸는데 다른 원도급사로부터 알게 모르게 푸대접을 받고 있어 씁쓸하다"며 "단순히 워크아웃업체의 협력업체라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주는 것은 심하다"고 토로했다. / 이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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