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연 칼럼] 박상연 논설실장·뉴미디어국장

2012년 새해도 어김없이 동반성장 , 상생 , 이익공유 가 화두로 떠올랐다. 양극화로 인해 중산층이 무너지고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졌다는 증거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소상공인들과의 상생을 위해 출범한 동반성장위원회는 동반 이 아닌 대기업 독식을 방치하고 있다.

대기업의 반발로 이익공유제는 표류하고 있고, 대기업들은 MB 정부들어 규제완화를 틈타 문어발식 확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현 정부들어 국내 10대 그룹 계열사 수가 419개에서 676개로 61.3%(257개) 급증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이나, 자영업 영역까지 돈 되는 사업 이면 마구 뛰어든다. 재벌들이 이젠 커피체인점, 인테리어용품 업체, 자전거 판매 사업, 학원사업까지 진출하고 있다.

재벌가 2∼3세 딸들은 커피와 제빵업 점령에 나서고 있다. 한 술 더 떠서 떡볶이, 꼬치구이 전문점, 순대집 등 길거리 음식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해도 너무한다'는 비난이 쏟아지자 호텔신라는 커피 베이커리 사업을 철수한다며 뒤늦게 한발을 뺐다. 이미 웬만한 중소업종까지 진출한 대기업이 대통령 말 한마디에 일단 물러서는 꼼수 를 부리고 있다.

지방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대기업의 대형마트와 SSM(기업형수퍼마켓)이 전통시장과 골목 상권을 장악했다. IMF 이후 자영업자들이 생계형으로 운영했던 동네 골목 빵집은 사라진지 오래다. 기존의 빵집 자리는 대기업에서 선점했거나 시장을 잠식당하는 중이다. 어쩔수 없이 빵집을 하던 사람들은 대부분 떡집으로 전환했다. 빵 기술을 떡에 접목시켜 발전적인 떡집이 많이 생겨났다. 빵 못지않게 영업이 잘되는 곳이 생겨났고, 보기 좋고 예쁜 떡으로 재탄생했다.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우리 전통음식인 떡 시장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대부분 서민들이다.

하지만 이 떡 시장에도 대기업이 뛰어든다고 한다. 동반성장위원회가 떡 시장마저 대기업에 풀어줬기 때문이다. 곧 대기업이 떡 시장에 진출하면 빵집처럼 동일한 현상이 나타날게 뻔하다.

정부의 규제완화와 무한경쟁속에서 대기업은 더욱 살찌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는 몰락해가고 서민층은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있다. 충북에서도 현대, LG, 삼성 등 대기업 계열사 외식업체가 주요 기업 구내식당 위탁운영 시장을 대거 잠식하면서 지역의 식자재 납품 및 구내식당 위탁 운영 전문회사들이 경영난을 겪으면서 고사 위기에 놓였다고 한다.

또 대기업이 청주시농수산물도매시장 인근에 대형식자재 매장을 오픈하려하자 중소상인을 다 죽이는 꼴 이라며 분노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신자유주의라는 명분아래 돈 되는 사업에 뛰어들어 지방상권을 초토화시키고 있다. 계열사를 만들어 일감몰아주기식으로 부(富)를 축적한다. 그러면서 그것이 시장경제 논리라고 주장한다. 재벌들의 탐욕은 끝이 없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여부를 가릴 이유도 없다. 이미 공정경쟁의 룰이 깨진지 오래다. 재벌들이 빵집, 떡집, 떡볶이집 같은 업종은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다. 하지만 영세상인들에겐 생계가 달린 문제다. 생존을 위협하는 일이다.

부의 편중 현상이 더욱 심화될수 밖에 없는 구조다. 1%의 부유층이 전체 부의 80%이상을 차지하는 현실이다. 미국 월가 시위가 남의 나라 얘기만은 아니다. 이러다간 중산층이 점점 무너져 우리사회가 예전의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시대로 돌아가는 건 아닐까.

열심히 일해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워킹푸어 , 집 한 채 갖고 있다가 쪽박 직전에 내몰린 하우스푸어 , 한 평생 일하고도 가난하기만한 실버푸어 , 애 하나 키우기도 벅차고 생계를 위협받는 베이비푸어 , 수많은 스펙을 쌓고도 취업이 안돼 고시원을 전전하는 젊은 스펙푸어 . 올해도 작년과 같은 푸어 유행어가 되풀이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우리나라 재벌가의 사전에는 상생(相生) 이란 단어가 없어 보여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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