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연 칼럼] 박상연 논설실장·뉴미디어국장

일자리 문제는 예나 지금이나 매한가지다. 먹고 사는 문제가 근본이기 때문이다.

역대 조선시대 왕들도 일자리를 만들어 가난을 구제하는 것이 중요한 통치중 하나였다. 18세기 영조시대는 조선이 정치, 경제적 안정을 이룬 시기였다. 당시 상업이 발달하면서 농촌인구가 한양의 청계천 주변으로 몰려 움막을 짓고 살았다. 이들이 버린 오물이나 하수로 청계천은 심한 몸살을 앓았다.

이때 영조는 청계천 준천(濬川)공사를 명했다. 도시로 유입되어 실업자가 된 백성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청계천 공사로 실업 상태의 백성 6만3천여명에게 품삯을 지급했다. 일거리를 만들어 백성들의 살림살이를 보살피는 경세제민(經世濟民:경제)은 예부터 치세(治世)의 핵심이었다.

요즘 글로벌 경제위기로 일자리 창출이 세계 각국의 최우선 국정목표가 되다시피했다. 올해 국회의원 선거나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나라에서는 일자리 창출 공약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실업문제 해결이 '발등의 불'인 탓이다. 정부가 밝힌 우리나라 청년실업자는 32만4천여명으로 7.7%다.

하지만 현대경제연구원은 구직 단념자와 취업 준비자 등을 포함한 사실상의 청년실업률은 22.1%(110만8천명)에 이른다는 통계를 내놨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는 청년일자리를 7만개 이상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예산도 2조원이나 책정했다. 지역발전위원회가 지난 9일 충청권(청주)을 시작으로 전국(광역단위)을 순회하며 일자리창출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는 것도 일자리 창출 방안의 하나다.

문제는 일자리의 양보다 질이다.

통계청은 1월중 충북지역 실업자 수(1만7천명)는 9.9% 감소하고, 실업률(2.5%)도 전년 동월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는 고용개선 지표를 발표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칭찬할 만한 일이 아니다. 충북의 노동가능인구는 126만3천명으로 지난해 1월보다 2만명(1.6%) 늘었으나, 1월중 경제활동인구는 전년동월 보다 5천명이 줄어 경제활동 참가율이 1.3%포인트 하락했다. 취업자 수도 67만8천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3천명 줄어 고용률도 1.2% 하락했다.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취업 자체를 포기한 청년층이 그만큼 늘었다는 얘기다. 전국적인 상황을 보더라도 지표상 고용은 개선되었지만, 늘어난 일자리의 대부분은 50∼60대의 것이었다. 20대∼30대 일자리는 거의 늘지 않았다. 대부분 단순직으로 저임금, 저소득, 저부가가치라는 의미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하면서 생계를 위해 어쩔수없이 자영업에 뛰어들었거나, 저임금 단순 일자리에 취직했다는 반증이다.

충북도는 올해 5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중 약 70%가량인 3만3천개의 일자리는 대부분 취약계층을 위한 것이다. 즉, 자활근로사업이나 녹색숲가꾸기, 노인일자리 등 한시적인 일자리다. 공공근로사업이 끝나면 다시 실업자로 되돌아 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단순직으로 일자리 갯수만 부풀려지고 있는 셈이다.

좋은 일자리는 줄고 경기침체로 문닫는 가게는 줄을 잇고 있다. 무엇보다 양질의 연속적인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답은 중소기업에 있다. 대기업은 고성장을 하는데 반해 고용은 그만큼 따르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청년층의 창업지원을 비롯 유망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정책을 펴야한다.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 최상의 복지다.

이젠 땜질식이 아닌 현실적이고 장기적인 일자리 대책이 나와야한다. 새누리당은 '스펙초월 청년취업'을, 민주통합당은 '청년 의무고용 할당제'를 각각 총선용 공약으로 제시했다. 재탕이거나 당내에서 조차 현실성에 의구심을 갖는 정책들이다. 장밋빛 공약(公約)은 대학을 나와봐야 백수신세이거나 아르바이트 수준의 일자리가 고작인 청년실업자들을 두번 울리는 처사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