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연 칼럼] 박상연 논설실장·뉴미디어국장

스토리텔링시대다. 문화관광상품도 스토리가 있어야 하고, 홍보마케팅도 스토리가 있어야 뜬다. 신문에서도 스토리텔링(내러티브) 기사쓰기가 유행이 되고, 대통령도 스토리텔링으로 당선되는 시대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오래전부터 스토리텔링 기법을 이용한 역사문화·관광상품화 전략이 인기다. 해외 유명관광지를 여행하다보면 독일의 '로렐라이 언덕'과 같이 별 볼품도 없는데, 역사적인 이야기 한 토막만 존재하는 경우를 흔히 목격한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이유는 그 곳에 전설과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스토리텔링은 '스토리(story)+ 텔링(telling)'의 합성어. 단순하게 이야기만을 전달하는게 아니라 사람들의 감성에 호소하여 공감대를 이끌어내야 한다. 때로는 상상력으로 새로운 사실을 덧붙여 이야기를 재구성해 감동과 재미를 준다.

신화나 설화를 바탕으로 한 문화콘텐츠 창작물들은 대개 이러한 스토리텔링 방식을 거쳐서 탄생한다. 세상과 소통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스토리텔링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성공도 스토리텔링 덕이라는 평가가 많다. 출생과 성장, 방황, 결단 등 자신의 인생이야기를 미국인들이 갖고 있는 집단신화의 주제와 플롯에 맞게 재구성하여 풀어놓음으로써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제주 올레길도 스토리텔링 기법중 하나. 올레길, 둘레길 등 '길' 마케팅이 뜨자 지방자치단체마다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홍보마케팅이 눈부시다.

단양군 영춘면 의풍리와 맞닿아있는 계곡도 스토리텔링으로 되살아나고 있는 지역이다. 강원도 영월군이 이곳에 방랑문화의 상징인 '김삿갓 계곡'을 만든데 이어 '하동면'이란 행정명칭을 '김삿갓면'으로 개명하고 문화콘텐츠를 덧씌웠기 때문이다.

충북 괴산군 연풍면과 경북 문경읍 사이에 있는 '문경새재'는 과거길이라는 역사성과 자연을 간직한 길이라는 스토리 덕분에 연간 100만명 이상 찾는 유명관광지가 되었다. 대하드라마 촬영장으로도 자주 등장한다. 고갯길 마케팅이 문경시를 홍보하는데 짭짤한 효과를 봤다. 충북이 공유할 수 있는 스토리문화를 경북에 빼앗긴 셈이다.

소백산 자락길에 위치한 '죽령'도 마찬가지. 죽령은 경북 영주시 풍기읍과 충북 단양군 대강면의 경계에 있는 고개다. 죽령은 고구려 명장 온달 등 역사적 인물과 관련된 전설이 내려오고 있는 유서깊은 곳으로 자연경관이 빼어나다. 소백산과 얽힌 이런 스토리는 자치단체가 탐 낼만도 하다.

얼마전 영주시의 죽령 옛길(과거길) 복원사업을 TV에서 본 적이 있었다. 향토사학자가 몇년째 과거길 복원작업을 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원래 과거길을 되찾는 것인지, 아니면 등산하기 쉬운 길을 새로 만드는 것인지 분간이 안갔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이 길이 조성되고 나면 스토리가 생긴다는 점이고, 사람들이 또 이야기를 찾아 몰릴 것이라는 점이다.

내침김에 영주시는 소백산을 활용한 마케팅 선점에 나섰다. 영주시의회가 지난달 27일 영주시 단산면의 행정명칭 변경을 의결, 오는 7월부터 소백산면으로 바꾸기로 했다. 소백산이란 브랜드를 이용해서 자치단체를 홍보하고 백두대간 문화사업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소백산은 국립공원이다. 소백산 면적의 절반 정도는 단양군에 속해있다. 영주시가 여러 지역에서 공동으로 사용해오고 있는 고유브랜드인 '소백산'이름을 독점적으로 사용하려는 의도는 졸렬하다. '나만 잘 살겠다'는 꼼수다.

이제 상품도 이야기로 만들어야 팔린다. 소백산 천동쉼터 부근에는 명성황후의 피난처로 알려진 민백이재가 있고, 비로봉 정상에는 그 유명한 겨울철 '소백산 칼바람'이 있지 않나. 이참에 6개 시·도와 공유하고 있는 충북도계(道界)마다 얽혀 있는 전설과 이야기를 찾아내 지방자치단체의 '스토리텔링 마케팅'으로 활용하라고 주문하는 것은 것은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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