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연 칼럼] 박상연 논설실장·뉴미디어국장

영유아 무상보육정책이 갈수록 태산이다. 어린이집 수요 폭발과 함께 보육료를 지원받기 위해 젖먹이까지 어린이집에 등록하는 사태가 빚어지는 등 보육대란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자체는 무상보육 예산이 바닥났다고 아우성이고, 정부는 시행 3개월여만에 무상보육 중단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사태의 첫번째 원인은 영유아의 특성을 무시한 획일적인 정책 때문이다. 또 하나는 예산 확보방안이나 충분한 검토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시행한 결과다.

당초 보건복지부는 시설이용 보육비 지원예산으로 소득 하위 70%에게만 지원하는 예산안을 지난해 국회에 제출했다. 총선을 앞둔 여야는 그 타당성을 꼼꼼히 따져보기는 커녕 소득과 상관없이 전 계층으로 지원을 확대하는 호기를 부렸다. 정치권의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다.

영유아 무상보육은 올 3월부터 보육시설에 다니는 0∼2세, 그리고 만 5세 어린이에 대해서는 부모의 소득에 관계없이 보육료를 지원하는 내용이 골자다. 따라서 무상보육 지원을 받으려면 아이를 무조건 보육시설에 맡겨야한다. 이러다 보니 엄마가 집에서 키우던 아이, 맞벌이 부부가 친인척에 맡겼던 아이들 모두가 갑자기 보육시설도 보내지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부모들 사이에 아이를 시설에 맡기지 않으면 손해라는 피해의식이 확산되면서 갓난아기까지 시설로 보내 엄마와 떼어 놓고 있는 셈이다.

아기가 태어난 직후부터 2세 까지는 아기의 발달과정에서 부모와 애착이 형성되는 매우 중요한 시기다. 생후 12∼18개월 성적 에너지가 나타나는 '구강기'에 유아들이 엄마품속에서 빨거나 핥거나 물거나 하는 등의 구강활동을 하지 못하게 되면 나중에 과도한 의존성, 지나친 비관주의, 탐욕이 생긴다.

또 구강기가 지나 만 3세 전후 '항문기'에는 부모의 보살핌에 의해 배변활동을 배우는 시기다. 이때 변 훈련이 지나치게 엄격하면 강박증이나 완벽주의가 생기고, 반대의 경우는 규범과 규칙을 무시하는 안하무인격의 성격이 형성된다는 것이 정신분석의 창시자 프로이트의 성격발달이론이다.

굳이 프로이트의 이론을 빌리지 않더라도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얼마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자라느냐에 따라 성격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게 사실이다. 반대로 부모가 영유아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할 경우 정서발달에 영향을 미쳐 청소년 문제까지로 확대된다는 것이 심리상담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만 3세 미만 영아를 시설에 맡기는 정책은 부모 책임감을 약화시키고 아동발달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발간한 '영유아 보육 및 유아교육 사업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기준 한국의 0∼2세 영아의 보육시설 이용률(50.5%)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덴마크, 스웨덴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자랑할 일이 아니다. OECD는 0∼2세 영아의 경우 시설 보육보다 가정양육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뒤늦게 만 0∼2세 전면 무상교육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가정양육이 바람직한 0∼2세 영아들이 장시간 어린이집을 과도하게 이용하면 아동발달 저해, 부모책임회피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정부가 자녀 양육 부담을 줄이고 출산율 제고를 위해 영유아 보육지원을 강화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 가정에서 돌보기 어려운 아이들을 전문보육시설에 맡겨 양육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한다.

그러나 무상 보육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정 양육을 지원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도 가정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육아 휴직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더구나 보편적 복지 실현을 위해서라면 선진국처럼 보육시설 이용에 관계없이 아동수당을 지급하면 된다. 정책당국자들은 획일적인 무상보육이 아이들의 정서발달에 약(藥)이 되는지 독(毒)이 되는지부터 따져보는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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