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연 칼럼] 논설실장·뉴미디어국장

조조는 사람을 매우 잘 썼다. 적 진영에 있는 사람도 유능하면 자기 사람으로 만들었다. 조조는 집권 초기엔 집안 사람들에게 많이 의존했지만 세력이 커짐에 따라 외부의 유능한 인재를 과감히 발탁했다. 친족 조직의 한계를 잘 알았던 것이다.

맨주먹으로 일어나 패업을 이룩한 유비는 인간적인 매력이 최대의 장점이며, 이 때문에 많은 훌륭한 인재들이 유비를 따랐다. 유비는 인정과 의리의 요소가 강했으며 권한을 아랫사람에게 많이 위임한 편이다. 정치 감각은 부족하지만 후덕한 인품과 포용력으로 나라는 지킨다.

손권은 능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참모능력을 가장 잘 활용한 인물이다. 형 손책이 임종때 "싸움이나 천하를 다투는 일은 네가 나보다 못하지만 좋은 사람을 모아 중지를 모으고 나라를 보전하는 데는 내가 너를 당할 수 없다"는 말을 남기고 죽는다. 손권은 형의 이 말에 따라 오 나라를 승계하게 된다.

하지만 손권은 오래 집권하면서 권력의 최절정기에 달하자 오만과 과욕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급기야 총기는 흐려져 신하들을 의심하기에 이르렀다. 손권은 매사 고집을 부리며 아랫사람들의 쓴소리를 듣지 않으려 했다. 눈치 빠른 신하는 몸을 사리고 듣기 좋은 소리만 하게된다. 결국 손권은 말년에 신하들을 못믿고 독단에 빠져 8살 어린왕자를 태자로 세웠던 것이 화근이 되어 오 나라의 멸망을 재촉하게 된다.

'삼국지 경영학'(최우석)은 '삼국지'를 통해 위대한 영웅들의 천하경영과 용인술(用人術)을 오늘날 국정운영이나 기업경영에서 반면교사로 삼을 것을 이야기 한다.

MB 정권이 임기말 측근 비리로 도덕적으로 완벽하게 무너지고 있다.

이 대통령의 마직막 실세 이상득 전 의원이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되어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대선자금으로 불통이 튈 태세다. MB 측근과 친인척 비리는 이 대통령의 사촌 처형 김옥희씨를 시작으로 추부길 전 청와대 비서관, 천신일 전 세종나모 회장, 박영준 청와대 전 비서관,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에 이어 이상득 전 의원이 19번째다.

이상득 전 의원은 개각뿐만 아니라 요직 인사때마다 권력을 휘두르며 '만사형통(萬事兄通)'의 증거를 보여줬다. 아마도 정권 출범 직후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의 불출마 요구를 거부하고 국회에 진출한 순간부터 그는 이 정권이 안은 비극의 씨앗이었는지도 모른다.

이같은 배경에는 MB 용인술의 특징인 '참칭(僭稱)을 개의치 않는다'는 것과 무관치 않다. 주변의 누군가가 일을 추진하면서 '이게 그분(대통령)의 뜻'이라고 팔고 다녀도, 일일이 신경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MB 정부 초기 고소영(고대, 소망교회, 영남출신)·회전문 인사 등 '끼리끼리 인사'는 얼마전 단행된 금융권 인사에서 정점을 찍었다. 부산·경남(PK) 출신 인사들이 6대 금융그룹 회장 자리를 모두 꿰찬 것이다. 특정 지역 인사들의 금융권 최고경영자 자리를 '싹쓸이'한 것은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여기에 김석동 금융위원장까지 포함하면 대한민국 금융은 'PK천하'가 된 셈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볼 때 경제위기 상황에서 금융계 요직을 낙하산으로 채우는 관치병폐가 금융권을 병들게 한다는 사실이다. 노영민 의원은 "과거 전례에 비춰볼 때 역대 정부에서 정권 교체기에 했던 보은(報恩)인사는 새 정권이 들어설 때 언제나 문제를 일으켰다"고 비판했다. 따지고 보면 지금의 저축은행 비리와 연관된 정치권의 비리도 절대권력을 등에 엎은 '끼리끼리 인사'에서 비롯된 것이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고 했다. 권력과 부패 또한 사람에게서 나온다. 사람을 적재적소에 쓰는 국가 지도자의 용인술이 얼마나 중요한 지는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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